기자명 조은혜 편집장 (amy0636@skkuw.com)

몇 주 전 성균관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한 편 보았다. 그 드라마를 보며 내 눈길을 붙잡은 사람은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만나기 어려운 송중기 님도 아니고, 남장을 했음에도 감출 수 없는 수려한 외모, 박민영 씨도 아니였다. 바로 누군지는 몰라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기생 역할의 한 배우였다. 단 한 장면에서 그녀는 강력한 한마디를 남긴다. “주지마”
뭘 주지 말라는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떻게 남자를 유혹하면 되냐는 여동생들의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이다. 어찌됐든 상당히 당당하면서도 자신감 넘쳐 보이는 그녀의 자태가 멋져 보였고 그 이후 결심했다. 도도한 여성이 되어보기로.

#도도한 여성이 되기 위한 도전기 1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지난 태풍 이후로 계속된 비가 바로 그 날도 이어지고 있었다. 모두들 알다시피 비오는 날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일은 정말 말 그대로 ‘일’이다. 축축한 우산에 여기저기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까지 말이다. 운 좋게도 필자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한 여성이 내 옆자리에 앉으려 다가왔다. 아...... 여성분의 우산이 필자의 다리를 온통 적시고야 말았다.
‘도도한 여성 따라잡기’ 중이였던 나는 도도하게 쳐다보았다. 표정에 대해선 그대의 추측에 맡기겠다. 그 다음이 문제다. 여성분은 상당히 미안해 하면서도 당황스런 모습이였다. 여성분에겐 필자의 표정이 마치 “너가 무엇인데, 감히 내 다리를......”정도로 보였던 모양이다.
아, 이것으로 ‘도도한 여성 되기’ 첫 도전은 무척이나 속 좁으면서도 여성들 사이에 기 싸움이나 하는 여성으로서 끝나버렸다.

#도도한 여성이 되기 위한 도전기 2
오랜만에 미팅을 한 번 나가봤다. 설레었지만 차분한 마음과 도도한 행동거지 위한 다짐을 잊지 않았다. 평소에 호탕하게 웃는 것과 비교해본다면 상당히 웃지 않았다. 물론 힘들었지만 모든 것이 다 도도한 나를 만들기 위함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안 웃다보니 재미도 없고 떨림도 없이 끝나버렸다.
두 번째 도전에서도 난 매력적이고 도도한 사람이 아니라 성격 안 좋고 분위기 못맞추는 그런 여성이었을 뿐이다.
그 뒤에도 여러 번의 도전이 있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내가 생각한 그런 도도함이 아니라 늘 다른 방식으로 드러났다. 왜 그랬을까?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도도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보여지는 모습만을 따라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사회가 말하는 그리고 드라마 속 여인이 말하는 그 매력적인 도도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따라할 수 없다.
생각해보면 모든 일이 마찬가지이다. 도도하고 싶다고 도도해지지는 못하고 공정해지고 싶다고 공정해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해를 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온전히 실현할 수 있을까.  
도도한 사람 되기에 실패했다고 해서 포기할 생각은 없다. 한 번 이해해보려 한다. 그럼 언젠가는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자신감 넘쳐 보이는 그런 모습을 갖출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