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경제08)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나를 스쳐지나간 사람들. 나는 그들을, 그들은 나를 기억할까?
그들은 내게 한순간이라도 의미 있는 존재로 다가왔을까?
책 『그 청년 바보의사』를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나서 내게 끊임없이 던진 물음이었다. 33세 나이에 죽음을 맞은 바보의사가 안타까웠지만 그의 삶의 깊이 때문인지 그의 죽음 또한 안타깝게 다가왔다. 그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글로 채워진 이 책 속에서 그는 말 그대로 ‘바보’였다.
처음 선배에게 선물로 받은 이 책의 제목을 보고나서 무엇이 그리 어리석길래 바보인가, 우리나라 엘리트층의 직업을 갖고 있는 의사가 과연 바보가 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펴고 읽자마자 제목이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바보였다.
그의 삶 속에서 환자를 대하는 태도. 육신의 불편함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신음하는 환자들에게 집중하며 그들이 전인격적 존재임을 깊이 느끼고 환자들 수면 아래에 있는 큰 아픔을 치료하려했던 의사. 2000년 여름 의약분업 실시를 앞두고 의사들의 집단 파업사태에서 조직사회에서 받게 될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밤을 새우고 끼니를 걸러 가며 파업병동을 홀로 지킨 의사. 환자의 생일을 기억했다가 어김없이 선물을 들고 그 집에까지 찾아가는 오지랖. 모두가 잠든 새벽이면 자고 있던 환자들 곁으로 다가가 기도해주며 눈물을 흘린 의사. 경쟁 속에서 쉼없이 달리던 나를 잠시 세운다.
그리고 묻는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모든 것이 ‘경쟁’이란 단어로 설명될 수 있는 이 사회에게 묻는다. 행복한 지. 그리고 책 속의 그에게 묻는다. 경쟁과는 거리가 먼, 남들이 바보라고 하는 그 의사에게 행복한 지. 그러자 책 속의 그는 답한다. “행복하다”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