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의 부족한 대학사회에서 참신한 활동으로 담론 형성

기자명 유정미 기자 (sky79091@skkuw.com)

현재 남북관계의 경색 속에서 ‘통일’에 대한 논의는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북한의 급격한 체제변동을 우려하는 사람들에서부터 통일비용에 대한 논의까지. 그런데 최근 대학사회에서의 통일에 관한 논의는 그 비중이 점점 작아지고 있는 추세다. 새터민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고, 20대가 통일을 이끌어야 할 세대라고 평가받는 상황에서도 젊은 세대들이 취업난, 등록금 문제 등으로 통일에 대해 활발한 담론이 형성되지 않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통일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각양각색의 활동을 펼쳐나가는 대학생들이 있다.

2004년 창립된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는 민간단체에서 대북지원 교류 사업을 벌이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단체다. 이 단체는 창립 이후부터 △각종 세미나 △민간차원의 대북지원 △청소년 통일교육 등의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통일문제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금강산에서의 논의, ‘평화이음’으로
2008년에는 이러한 활동을 하는 몇몇 대학생들이 단체의 뜻에 공감 해 ‘대학생모임’을 만들게 됐다. 이러한 모임을 열게 된 배경에는 2007년 10월 금강산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청년학생연대모임’이 있었다. 이곳에서 2박 3일 동안 북한의 대학생들과 함께 통일에 대해 논의하면서 남한 내 대학사회에도 통일운동을 준비하는 단체를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후 이들은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대학생 단체를 결성했고 2008년 3월 말, 금강산에서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대학생본부’가 정식으로 발족했다. 현재는 서울ㆍ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평화이음’이라는 연합동아리를 만들어 △광운대 △경기대 △서울산업대 △중앙대 △한국외대 △홍익대 등의 대학을 기점으로 활동 방향성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뚝섬에서 열린 ‘아름다운 장터’에 참여해 동아리를 홍보하고, 2008년에는 금강산 통일 새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우리겨레푸른숲가꾸기’ 캠페인을 벌이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면서 대북지원에 필요한 모금운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더불어 주기적인 모임을 통해 세미나를 진행한다. 또한 신입회원 모집에는 단순한 신입회원모집이 아닌 통일문제 전문가와 같은 멘토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지난 7월에는 ‘분단선을 걷다’라는 이름으로 국토대장정을 실시하기도 했다. 전국의 대학생들과 함께 파주 임진각에서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318km의 길을 걸으면서 통일과 분단현실에 대해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이 행사는 ‘평화이음’이 만들어진 이래로 매년 여름방학마다 실시하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이제현(부산대 기계공학04) 학생은 “졸업을 앞두고 대학시절의 마지막 꿈을 만들고 앞으로의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는 능력을 만들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며 “힘든 상황에서도 분단에 대한 생각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부산지역 대학생 모인 ‘알통’
이러한 활동은 서울지역이 중심이 아닌 지방에서도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겨레하나되기’ 부산운동본부의 대학생 팀 ‘알통’은 참신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남북대학생 교류협력 기획단인 알통은 ‘알면 알수록 필요한 통일’의 약자로 △경성대 △동명대 △동의대 △부경대 △부산대 등 부산지역의 대학생들 위주로 구성된 대학생 통일동아리이다.
작년에 만들어진 이 단체에서는 각 학교의 대동제에 참여해 6.15 남북공동선언을 기념하는 도미노 쌓기 행사를 마련했다. 6천1백50개의 도미노 쌓기 대회를 마련해 대학생들이 통일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또한 이들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전북본부’에서 오는 10월 9일에 개최하는 ‘제1회 도전! 대학생 통일골든벨’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알통의 배동환(부경대 일어일문04) 학생은 “처음에 이 단체에 가입했을 때만 하더라도 통일 자체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었다”며 “하지만 점점 여러 가지를 공부하고 활동을 하다 보니 통일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우리나라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논의임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대학 내 건실한 통일논의 필요
이제현 학생은 “최근 대부분의 대학생들의 분단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있다”며 “취업이나 미래에 관한 문제들로 인해 분단에 대해 고민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대학 내에서 통일 관련 세미나가 종종 진행되고 통일에 대한 논의들이 오가고 있지만 점점 대학생들의 관심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이 실질적으로 고민하는 문제에 통일문제는 빠져있다”며 “통일이 대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당위적으로만 설명하고, 현재 남북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을 풀어내지 않기 때문에 대학사회에서 진정한 담론이 형성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화이음’이나 ‘알통’이 가진 의미는 중요하다. 기존 통일에 대한 논의에서 많이 이뤄졌던 세미나나 학술적인 모임 등의 활동에서 벗어나 톡톡 튀는 참신한 활동을 통해 통일문제에 대해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통의 배동환 학생은 “처음에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대학생들이 통일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상황이라 주변 사람들이 안 될 거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며 “하지만 용기 내 시도하고 보니 결국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6천1백50개의 한반도 무늬 도미노가 스러진다. 거대한 물결이 캠퍼스를 뒤덮는다. 그 물결이 온 겨레에 부딪혀 스며든다. 비록 소소한 아우성일지라도, 대다수의 공감이 없을지라도, 그들은 어느 누가 뭐라 하던 하나 된 국토를 꿈꾼다. 그들이 쌓은 도미노가 전체 대학사회를 뒤덮을 그날까지 그들의 겨레사랑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