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 vs 과학기술 진보 논란 끊이지 않아

기자명 고두리 기자 (doori0914@skkuw.com)

맞춤형 아기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작년 국내 한 포털 사이트에서 ‘맞춤형 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긍정적 답변이 44%, 그 반대가 52%로 팽팽한 접전을 보였다. 생명윤리 문제와 과학기술의 진보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맞춤형 아기에 대해 알아본다.


 
ⓒMatt Collins
완벽한 아기에 대한 욕구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에서 백혈병에 걸린 언니 케이트를 살리기 위해 동생 안나는 계획적인 움직임 하에 태어난다. 안나가 될 수정란은 착상되기 전 미리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백혈병을 유발하는 유전적 결함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안나는 이른바 ‘맞춤형 아기(designer baby)’로 태어나 백혈구, 줄기세포, 골수 등을 언니에게 기증한다.

이처럼 맞춤형 아기란 유전질환 치료의 목적으로 유전자 선별에 의해 정상적인 배아를 가지고 태어난 아기를 뜻한다. 현재 국내에서도 1백30개 이상의 유전병을 사전에 선별해 출산할 수 있다.
모든 부모의 마음이 다 그렇듯이 자식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태어나길 바란다. 유전적인 병을 내 자식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을 터다. 따라서 맞춤형 아기는 이러한 부모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낸 첨단 산물일지도 모른다.    

고귀한 생명 위한 ‘대체용’ 
하지만 이러한 맞춤형 아기를 운운할 때 항상 따라붙는 꼬리표는 생명윤리와 관련된 문제다. 특히 지난 2008년 영국에서 맞춤형 아기를 합법화하는 법안이 의회에 통과되면서 논란의 불씨는 더욱 커졌다. 작년에는 인공수정 후 배아상태에서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암 진단을 거친 맞춤형 아기가 태어났다. 

생명 윤리 논란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맞춤형 아기 논쟁의 핵심에 놓여 있는 ‘착상 전 유전자 검사’는 유전적 결함 여부에 따라 완전한 임신이 되기 전에 배아를 선택하거나 버릴 가능성을 최초로 열어준다. 착상 전 유전자 검사란 임신을 위해 배아를 예비엄마의 자궁으로 바로 옮기는 대신에 배아가 잘못된 유전자를 가졌는지 먼저 검사하는 것을 말한다. 배아에서 1~2개 세포를 떼어내 염색체의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전자 결함이 발견된 배아들은 버려진다.  

이에 대해 영국의 산부인과의사협회의 질리언 록우드 박사는 맞춤형 아기를 “아기를 진열대 위의 상품처럼 만드는 일”이라며 경계했다. 물건을 고를 때 선별 기준이 많을수록 더 많은 물건을 봐야 하듯이 각종 질병 유전자는 없으면서 멋진 외모를 부여하는 유전자를 갖춘 배아를 찾으려면 그만큼 많은 배아가 폐기돼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의 생명이 언제부터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유전자를 선별하기 위해 만들고 폐기 처분하는 배아 역시 하나의 생명체라고 생각된다면 맞춤형 아기는 분명 소중한 생명체를 훼손하는 일이다.

선택권에 대한 자유는 부모의 권리 
이러한 논란에도 맞춤형 아기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임산연구소의 제프 타인버그 박사는 아이의 성별 선택은 물론이고, 눈이나 머리카락 색깔 같은 외모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전자 검사의 폭을 확대했다. 그는 “이건 위험한 일이 아니라 미지의 길일 뿐”이라며 맞춤형 아기를 첨단 과학기술의 진보로 보고 있다. 루게릭병, 유방암, 대장암 같은 질병은 이미 관련 유전자가 밝혀졌기 때문에 배아에서 세포 하나만 떼어내 검사하면 해당 유전자 보유 여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맞춤형 아기는 불치병 및 지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맞춤형 아기 문제가 착상 전 유전자 검사의 남용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아기에 대한 부모의 선택권이 훼손된다고 말한다. 맞춤형 아기에 관한 논의에 앞서 우리는 자연적 태생은 좋고, 맞춤형 아기는 나쁘다는 인식이 깊게 깔려있다. 따라서 맞춤형 아기를 선택하면 이기적 사람이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를 위해 이 아이에게 최선이 될 만한 이익을 찾아내고 이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과학발달은 어느 쪽이 옳다고 쉽게 답하기 어려운 윤리적 딜레마를 가져온다. 맞춤형 아기에 대한 첨예한 논쟁 역시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