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멘터리 『구글 베이비』 리뷰

기자명 차윤선 기자 (yoonsun@skkuw.com)

지금 당신 앞에 놓인 물건을 살펴보자. 혹시 ‘Made in China(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쓰여 있지는 않은가? 어쩌면 우리는 국산보다 외국산을 더 쉽게 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각 국에서 온 물건들을 보고 있자면 여기가 한국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헌데 오늘날 국가 간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상품만이 오가는 것은 아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아기를 주문하고 생산해서 수출하는 일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지피 브랜드 프랭크 감독의 다큐멘터리 『구글 베이비』에서는 그 실체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구글 베이비』 - 인도의 한 대리모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낳은 장면
한 인도 여성이 아이를 낳는 장면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9달 동안 애지중지 키운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한 병원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 아기를 엄마에게 보내야 해요”. 아니, 바로 옆에 엄마가 있는데 어디로 보낸다는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이 어딘지를 알게되면 이내 그 말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체외수정 전문 병원. 그러고 보니 아무런 의심 없이 봤던 사실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분명 인도 사람이 아기를 낳았는데 아기는 새하얗다. 기쁨에 벅차 있어야 할 산모의 표정도 어둡기 그지없다. 그렇다. 인도 여성의 자궁을 빌려 서양인의 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사실, 아기가 태어났다는 말보다는 ‘생산’됐다 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아기를 원하는 자가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정자와 난자를 골라 ‘클릭’하면 주문이 완료된다. 선택된 정자와 난자는 미국에서 수정된 후 인도까지 운반돼 인도 대리모의 자궁에 심어져 9달 뒤 ‘생산’된다. 그리고 그 생산된 아기는 양부모의 품으로 안겨진다.

영화 속 인물들의 말을 듣다 보면 문득 상부상조가 생각난다. 수정란을 제공하는 미국인, 그 수정란을 착상시켜 아기를 품는 인도인,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아기의 부모가 되는 영국인까지…. 이처럼 아기를 주문하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동원된다. 아기 생산이 아이러니하게도 각 나라 사람들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행동이지만 서로 돕는 꼴이 됐다. 인도의 체외수정 전문 병원의 원장은 “당신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성을 돕고 있는 거예요”라며 한 대리모를 위로하기까지 한다. 난자를 제공하는 사람들 역시 별 문제없이 난자를 제공함으로써 아기 생산에 큰 보탬이 된다. 결국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아기 생산에 동참한 인도 대리모만이 말 그대로 아기 낳는 기계로 전락하고 만다. 이러한 대리출산은 불임여성을 도와주는 인류애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체의 자원화가 그저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나는 식으로 행해지고 있다면 넉살 좋게 ‘상부상조’라고 보기는 어렵다.  

개인 나름대로의 이유만으로 ‘아기 생산’은 정당화하기 힘든 사실이다. 아기가 마치 주문제작해서 받아 보는 제품마냥 다뤄지고 있다. 아무리 세계화다 지구촌이다 할지라도 아기마저 분담해 생산하는 이 시대의 풍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