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PL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얼마 전 시청자들의 큰 질타를 받았다. 지나치게 많이 삽입된 PPL(매체 내 간접 광고를 뜻하는 Product Placement의 준말)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이 끊겨 몰입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PPL은 협찬 업체의 이미지, 명칭, 특정 장소 등을 노출해 무의식중에 시청자에게 홍보하는 마케팅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올해 PPL 관련 법안이 국무회의의 의결로 합법화되면서 PPL을 더욱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PPL은 시청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노출로 상품에 대한 관심이 저절로 생기게 한다. 그렇다면 과연 PPL은 어떻게 효력을 발휘하는 걸까?

소비자가 한 상표를 반복적으로 보면 상표에 대한 친근감이 생기고 호의를 품는다. 따라서 쇼핑할 때 긍정적으로 인식한 그 상표의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커피 전문점 ‘카페 베네’는 올해 인기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무의식중에 호감을 품게 됐다. 이후 ‘카페 베네’는 국내 커피 전문점 중 최단 기간에 300호점을 여는 등 PPL 효과를 톡톡히 맛봤다. 이 현상은 ‘단순 노출 효과’ 이론과 관련이 깊다. 단순노출효과는 사회 심리학 용어로 개인이 특정 사물과의 만남을 거듭할수록 호감을 느끼는 현상이다. PPL에서는 시청자가 상표를 인지하거나 평가하지 않더라도 상표의 반복 노출 그 자체로 친근감을 심어줘 매출 신장과 연결된다.

이와 더불어 PPL의 효력을 설명할 때 ‘고전적 조건화 이론’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이론은 과학자 파블로프의 개 실험으로 유명하다. 그는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소리를 들려줬다. 개가 좋아하는 먹이는 ‘무조건 자극’이고 개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종소리는 ‘중립 자극’에 해당한다. 종소리를 들려주며 먹이를 주는 과정을 오랜 기간 반복했고, 나중에는 개에게 종소리만 들려줘도 침이 분비됐다. 이처럼 고전적 조건화 이론은 반복을 통해 특정 자극이 사물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은 PPL의 효과인 ‘완판녀 현상’에서도 볼 수 있다. 완판녀 현상은 방송매체에서 배우가 입은 옷이 전부 팔리는 것을 뜻한다. 그 예로 김연아가 방송에 출연할 때 입었던 의상은 순식간에 매장에서 품절됐다. 방송 초기에 시청자는 김연아의 의상에 대해 좋지도 싫지도 않은 감정을 가진다. 그런데 시청하는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김연아가 입은 그 옷도 점점 좋아하게 된다. 의상이라는 ‘중립 자극’이 김연아라는 ‘무조건 자극’과 결합돼 대중의 호감 어린 시선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위의 드라마 사례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잦은 간접 광고는 극의 진행을 방해해 작품의 질을 떨어뜨린다. 또한 시청자들이 간접 광고에 대해 거부권을 갖지 못한 채 광고에 무분별하게 노출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장병희(신방) 교수는 “시청자는 간접 광고도 광고의 한 종류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간접 광고의 사전고지 등의 정책과 올바른 미디어 교육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제작자와 광고주 그리고 시청자가 만족할만한 기준이 마련되기엔 PPL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시행착오를 겪는 중인 PPL 시행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만 우리 모두의 요구가 충족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