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로의 열정, 재즈를 두드리다
초로의 열정, 재즈를 두드리다
  • 박하나 기자
  • 승인 2010.09.27 21:06
  • 호수 14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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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타악기 연주자 류복성

한국 재즈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불리는 이가 있다. 국내에서 재즈 드럼과 수많은 종류의 라틴 퍼커션(△봉고 △콩가 △마라카스 등의 타악기)을 가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는 유일한 아티스트, 바로 류복성씨다. 수사반장의 타이틀곡 봉고연주로 유명세를 타기도 한 그는 한시도 한 눈 팔지 않고 오롯이 재즈의 길만을 걸어왔다. 여러 유명 가수의 세션을 맡았고, 그는 재즈 1세대로서 제 1회 대한민국 재즈 페스티벌을 기획·연출하기도 했다. 손 끝으로 심장 소리를 전한지 53년 째, 아직도 무대 위에서 울리고 있는 그의 소리를 들어보자.

 

박하나 기자 (이하:박)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은데
재즈 타악기 연주자 류복성 씨 (이하:류) 내 어릴 적, 그 시절 그 시골에는 음악이란 게 딱히 없었다. 새소리, 개 짖는 소리, 엿장수 소리, 고물장수 소리가 음악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 사물놀이란 게 있었다. 징, 꽹과리, 북, 장구 네 가지 타악기로 이루어진 풍물패 말이다. 사물놀이는 풍년을 기원하는 시기는 물론 추석이나 정월 대보름, 정월 초하루 등 1년이면 3, 4계절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그 어린 나이에도 그 타악기 소리가 그렇게 좋았던 것 같다. 고작 세 살짜리 어린애가 냄비뚜껑을 부지깽이로 두드리며 사물놀이를 쫓아 반나절을 돌아다녔다. 라디오도 텔레비전도 없이 자연의 소리만 듣고 자랐던 내게 사물놀이의 덩더꿍 거리는 박자는 엉덩이를 들썩이게 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밴드부를 하기도 했고.

박 그 당시에는 재즈가 널리 알려지지 못했었는데 어떻게 알게 됐나
류 중학교 때 어렵게 구한 라디오가 있었다. 오후 7시쯤인가 라디오를 틀었는데 재즈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 당시 나는 학교 밴드부에서 교가, 국기에 대한 맹세, 애국가 같은 걸 드럼으로 연주했었다. 근데 재즈가 뭔지도 몰랐던 나지만 그 음악을 딱 듣는 순간 이 지구촌에서 할 음악은 바로 이 것이구나 싶더라. 알고 보니 Miles Davis(마일스 데이비스)의 유명한 연주였다. 그 뒤로 그 시간만 되면 라디오를 들었다. 그게 AFKN 미8군 라디오였다. 그 이후로 시장의 가판에서 파는 다운비트, 메트로놈 같은 유명한 재즈 잡지를 사다가 재즈에 대해 공부했다. 

박 접하기 어려웠던 만큼 배우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류 고등학교 시절, 서울에서 일을 구하러 돌아다니다 파고다 공원에서 위문공연을 하는 미8군 부대를 봤다. 공연이 끝난 뒤 밴드마스터에게 달려가 어떤 일이라도 좋으니 드럼을 배울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해 낮에는 학교를 밤에는 쇼를 따라다니며 배웠다. 그 후로도 많이 고민했다. 음대에서도 재즈는 가르치질 않는데, 악보나 재료는 어디서 구해야 하나 하고. 그러다가 미군 부대가 생각났다. 아니나 다를까 미군 부대 근처의 가게에서는 재즈와 관련된 레코드판들을 구할 수 있었는데, 흑인들이 듣던 음반이라며 진열도 되지 않고 바닥에 널려 있었다. 거기엔 잡지에서만 보던 명반들이 2백장이 넘었다.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그걸 손질해 내가 좋아하는 앨범은 수집하고 다른 악기들에 관련된 음반은 선배고 동기들에게 가져다줬다. 그때는 수입도 없었던 시절이라 다들 어디서 구했느냐며 고마워했다. 재즈의 메신저 역할을 한 것이다. 

박 얼마 전에는 50주년 기념 앨범도 냈는데, 이렇게 오래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류 내가 좋아서 했기 때문이다. 50년 이상 한우물을 판다는 건 어떤 직업이나 어떤 일이든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참고 이겼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있다. 대한민국이란 재즈 황무지에서 이렇게 살아남았다는 것이 내가 생각해도 기특하다. 50주년 기념 앨범은 EBS에서 도와줘서 만들었다. 내게 큰 행운이었고 참 고맙게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들어줬으면 좋겠고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블루레인이라는 곡이 있는데 사회풍자를 비롯해 나의 재즈 인생 50년이 담긴, 류복성의 드라마가 실려 있다. 이 앨범은 모든 악기 하는 사람, 지구촌 어느 나라에 내어놓아도 인정받을 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53년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박 오직 재즈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인생인데 재즈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류 재즈는 세계를 정복한 음악이다. 재즈는 지구촌에서 최고의 고급음악으로 인정받았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 마음대로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재즈 화성에서 어긋나지 않게 해야 하지만 다른 장르에 비해 자유롭게 자기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클래식에서 돋보이는 것이 명작곡가라면 재즈에서는 명연주인이 있다. 

박 앞으로 어떤 연주가가 되고 싶은지
류 클래식, 재즈, 라틴, 팝, 가요, 컨츄리 음악, 민속 음악 등등 음악은 정말 셀 수 없이 많은데 그 많은 음악을 하는 사람 중에서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자기 일에서 끝난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끝이 없다. 발명가는 하나를 발명하면 그 한 가지에서 끝을 본거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무언가 발명하지 않나. 나는 지금 53년 음악을 했지만 더 잘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고 생각한다. 죽을 때까지 노력하는 연주자가 될 것이다. 

박 재즈와 함께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선배로서 한 마디 한다면
류 어떤 일이든 기쁜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할 때 결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한우물을 파라. 요즘 사람들은 내가 뭘 열심히 해야겠다는 게 아니라 방황만 하는 거 같다. 대학생이라면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어야 하지 않나. 나는 오직 재즈 드럼연주자가 되기 위해 여태까지 살아왔고 결국 이뤘다. 소신 있게 끝을 보길 바란다. 그리고 모든 건 건강에서부터 시작된다. 젊으나 늙으나 항상 몸조심하고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기쁜 마음으로 좀 더 머리를 숙이고 머리를 맞대고 겸손하게 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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