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서울형 예비사회적기업 쌈지농부

기자명 김영인 기자 (youngin@skkuw.com)
“세상 일 중 가장 창조적인 일이 농사라 하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이로다! 소중한 우리 농산물을 가족, 이웃과 함께 나눠 먹으니 우리의 몸과 마음 모두 넉넉해지는구나. 예술을 사랑하듯 우리 농산물을 뜨겁게 아끼고 사랑하세!”

‘긴 고뇌의 시간을 거쳐 독창적인 작품을 창조해내는 작가처럼 오랜 시간 정성을 쏟아 이삭을 창조해내는 농부’에서 출발한 쌈지농부의 슬로건, ‘농사가 곧 예술이다’. 인간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자연의 온갖 변수에 창의적으로 대응하며 탐스러운 열매들과 계절의 서사를 길러 내는 농사의 가치가 일상 속에 살아날 때 우리의 삶도 예술이 된다.

기업의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나눔ㆍ농사ㆍ자연 사랑을 전하는 2010년 서울형 예비사회적기업이 된 쌈지농부. 창조적인 예술가와 취약계층이 함께 농촌 예술은 물론 생태문화적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친환경이나 재활용 상품을 개발한다. 상품개발 외에도 △유통공간 △디자인/콘텐츠 컨설팅 △논밭예술학교 △유기농사 등 다양한 분야와의 연계를 통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쌈지농부 기획실의 박소현 대리는 “농촌이 더는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도시와 농촌 간 관계 맺기는 절박한 과제”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양한 사업 중 경기도 화성의 행복텃밭비닐하우스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인위적인 생산시설로만 여겨지던 비닐하우스가 자연과 동화되는 예술 작품이 됐기 때문이다. 농장 자체가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된 것이다. 이 밖에도 진실한 음식을 추구하는 농가 맛집을 대상으로 로고부터 간판, 실내장식, 홈페이지 등을 제작하며 농가의 대중친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통과정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09년 ‘어린농부가게’를 시작으로 명동과 헤이리 예술마을에 각각 전문매장 ‘지렁이다’를 열었다. 특히 헤이리 예술마을에 있는 지렁이다는 착한 상품과 파주 농부의 지역음식, 쌈지농부의 독창적인 디자인 상품 등을 판매할 뿐 아니라 지역의 폐기물을 재디자인해 완성한 독특한 실내장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곳에선 물건이 생산되는 과정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비 습관을 돌아보게 된다. 소비를 매개로 운영되는 공간이지만 도시의 소비문화와 농촌의 생산 과정을 잇는다는 점에서 현재의 생산-소비 시스템에 대한 소박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상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제공 및 성공적인 자립 모델 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박 대리는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소외된 지역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사회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도출하고 있음을 밝혔다.

더 이상 농촌은 우리의 멀리에 있지 않거니와 고리타분하지도 않다. 다양한 전시회와 신나는 락 페스티벌이 열리고 청춘의 열기와 에너지로 술렁대는. 독특한 예술이 살아 숨 쉬고 젊은 작가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새로운 농촌인 것이다. 농부와 농사를 존중하고 그 아름다움을 발견해나가는 오늘이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