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이 아이> 속 시 <스톨른 차일드>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 당연한 일이라며 무심하게 지나치지는 않았나요. 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또 확실히 하기 위해 노력하는 누군가도 있습니다. 영화 <에이 아이(A. I.)>의 주인공 데이빗이 그들 중 하나죠. 그가 자신을 알아가는 길에서 희망을 얻고 절망을 받을 때 마주하는 한 편의 시가 있습니다. <스톨른 차일드(The Stolen Child)>라는 시인데요. 이 시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바라보자면 진짜 ‘나’가 누구일지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 <에이 아이>는 사람과 로봇이 함께 생활하는 미래, 그리고 그 미래에 있음직한 일을 그려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입니다. 9년 전에 개봉한 영화지만 미래 세계를 현실성 있게, 또 섬뜩하게 그려냈지요.

이 영화의 주인공인 데이빗은 한 어린이 ‘로봇’입니다. 영화의 초반, 이 로봇은 자식이 병에 걸린 부모에게 보내집니다. 자식과 함께할 수 없던 그들에게 데이빗은 로봇 이상의 소중한 존재가 되죠. 데이빗도 그들을 진짜 부모로 여기며 그들이 하는 것을 함께 하려고 합니다. 특히 엄마에 대한 깊은 사랑을 보여주죠.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적적으로 진짜 자식이 돌아오고 데이빗은 오해 속에 집에서 쫓겨납니다.

쫓겨난 그는 자신이 로봇이기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된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죠. 이때부터 그는 인간이 되고자 노력합니다. 더 이상 인간의 형태를 가진 로봇에 머무르지 않으려 하죠. 그래서 피노키오 속 푸른 요정을 찾아 떠나고, 시 한 구절을 만나게 됩니다. 이 시를 본 데이빗은 ‘난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을 확고히 하며 인간이 되기 위해 세상의 끝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데이빗은 다시 그 시를 마주합니다. 그를 만든 로봇공장의 입구였죠.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믿어왔던 데이빗은 그 공장 안에서 충격을 받습니다. 자신과 똑같은 생김새를 한 수많은 로봇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습니다. 로봇에게 정체성을 찾으려는 꿈은 어울리지 않았으니까요.


‘자아, 떠나자 사람의 아이야! / 호수로 황야로 / 요정의 손에 손을 맞잡고, / 세상은 네가 모르는 슬픔으로 가득 차 있나니’ 영화에서는 시의 후렴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유럽의 ‘체인즐링’이라는 전설을 노래하고 있는데요. 이 전설에 따르면 요정들이 6~7세의 아이들을 훔쳐가고 그 대신에 자신이 아이로 살아간다고 합니다. 즉 지금 생각하는 ‘나’라는 존재의 실제는 6~7살 이후에 들어온 요정인 것이죠.

이 영화의 주인공 데이빗이라는 ‘아이’는 결국 어떻게 될까요. 일단 우리는 어떤지 바라볼까요. 영화 속 데이빗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과정에는 분명 어려움이 함께합니다. 그렇다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진짜 나를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으니까요. 영화 속 마지막 부분에서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기 위해 2천 년이나 기다렸던 데이빗의 모습은 우리에게 무얼 말해주려는 것일까요. 너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냐고. 어서 네가 누구인지 알아가라고.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지는 않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