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나는 그 언젠가 5월, 출마를 하고 싶은데 힘을 좀 빌려달라는 A의 연락을 받았다. A와는 전에도 함께 선거를 치른 데다 친하기도 해 A의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에 참가하게 되었다. 개인사정으로 8월에 선본을 떠나기 전까지 내가 담당했던 일은 선본원 모집과 러닝메이트 확보였다. 우리학교의 총학생회 선거세칙 상 양캠퍼스에서 후보 두 명씩 네 명이 선본을 구성하지 못하면 선거에 출마할 수가 없기 때문에 러닝메이트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선본에서 후보군으로 두었던 B와 C에게 접촉을 시도했다. B와 C는 나보다 선배였고, B는 제대복학한지 얼마 안 된 사람이었다. B는 학기도 안 된다며, C는 출마의사가 없다며 메이트 제의를 거절하고 더 이상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개인사정으로 선본을 떠났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A는 출마를 위한 러닝메이트를 모두 구하고, 준비를 마친 상태라는 이야기가 내가 모집한 선본원들을 통해 들려왔다.
그리고 다가온 후보등록 첫째 날, 연락이 없던 B에게서 지금 당장 만날 수 있냐는 연락이 왔다. 개인적으로는 그 사람이 성대사랑에 쓴 글을 몇 번 봤기에 실제 그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
B는 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가 아는 사람이 지금 근처에 와있으니 만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근처에 와있던 사람은 C. 과거 선거를 함께 하기도 했던 지인이었다. 나는 B와 C가 동시에 나타난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진 B의 말은 이랬다.
“나는 이번에 선거에 나가려고 했는데 이번에 A가 D를 메이트로 구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우린 전대총학출신 후보 측의 메이트를 흔들어 출마를 저지한 뒤 A와 함께하려했다. 지금이라도 우리와 손을 잡자. D는 죽어도 안 된다. D의 당선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을 것이다.”
나는 이 날 매우 실망을 했다.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은 높은 ‘하늘’이며 맑은 ‘물’’이라던 B와 내가 본 B가 동일인임이 믿어지지 않을 뿐. 내가 그 자리에서 본 것은 정략적 술수와, 비겁한 배신이 오가는 정치판의 모습뿐이었다.
그 자리에 없었던 A는 결국 그들의 제안을 거부했다. 선거직전에 정치적인 이유로 지난 2달간 정책/공약의 공유와 향후 학생회의 운영방향을 맞춰놓은 메이트와의 결별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A는 이 제안을 전달한 내게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학우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총학생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략적인 술수보다는 깨끗하게 승부를 봤어야 하는 것이다. 그 제의는 내가 만들어나갈 총학생회의 기초가 될 신조를 뒤엎는 행위였기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말을 남겼다. A는 결국 당선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런데 요즘, B가 총학을 준비하면서 당당히 실명으로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본 실망스러웠던 B의 모습이 생각난다. B는 과연 이번에도 뒤에서 이런 비밀스러운 제안들을 상대후보들에게 할까? 총학의 구성 전, 유권자인 학우들 몰래몰래 다양한 밀월과 야합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 학우들의 관심만이 이를 막을 수 있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