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받는 국내 학술지 개선 요구돼

기자명 고두리 기자 (doori0914@skkuw.com)

현재 한국연구재단에 등재되거나 등재후보인 국내 학술지는 총 1천8백87종(9월 말 기준). 98년 56종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무려 34배나 늘어난 개수다. 양적으로 매우 높은 증가세를 보인 국내 학술지가 과연 질적으로도 성장했을까? 이번 기사에서 국내 학술지의 현실에 대해 알아본다. 내용을 입력하세요.


양적 급팽창 중인 국내 학술지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2007년부터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를 실시했다. ‘한국판 SCI(과학인용색인)’라고도 불리는 KCI는 국내 학술지 및 게재 논문에 대한 각종 학술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간 국내 학술지를 평가할 계량적 지표가 없어 연구 성과가 해외로 유출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KCI 실시로 논문의 수와 논문 피인용 횟수 등을 쉽게 검색할 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국내 학술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논문의 수로 평가하는 KCI가 학술지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양적인 팽창만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오늘날 많은 대학이 교수의 승진이나 재임용 과정에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횟수를 잣대로 평가하다 보니 학문적 기여도가 불투명한 학술지가 늘어난 것이다. 일부 신생 학술지는 게재할 논문을 구하지 못해 대학원생이 쓴 습작 수준의 논문을 받아 학술지 분량을 채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학교 한 교수는 “오늘날 국내 학술지는 연구자의 숫자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다”며 “이는 연구자의 연구 역량이 커진 표시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수치화된 지표 중심으로 연구자를 평가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인지도 높은 해외 학술지 선호 
뿐만 아니라 국내 학술지는 국내 연구자들에게 큰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 “Nature(네이처)에 한 번 실리면 향후 10년 동안의 연구가 보장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해외 학술지는 영향력이 실로 대단하다. 우리 학교 김민성(경제) 교수는 “연구자들은 자신의 학술적 업적을 인정받기 위해 인지도가 높은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싣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는 언어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영어로 논문을 써야 전 세계 연구자들이 관심을 두고 인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 학술지는 대부분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결과 발표 중심이고, 국제적인 인지도 면에서도 크게 떨어져 연구자들에게 인용되는 횟수가 낮다. 실제로 SCI에 게재된 국내 논문 수는 세계 12위 수준이지만, 논문 피인용 횟수는 28위에 불과하다. 

세계적 학술지 발돋움하려는 방안 마련해야 
하지만 모든 국내 학술지가 해외 학술지와 비교해 수준이 뒤처진다고 볼 수 없다. 우리 학교 송두삼(건축공학) 교수는 “해외 학술지라고 해서 다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다”며 “국내의 산업발전, 정보 확산을 위해서는 국내 학술지가 더 중요하므로 국문과 영문 학술지 두 가지 모두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학자가 국내 학술지의 문제점을 인식, 이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 달 27일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심광보 교수 연구팀은 한국연구재단에 ‘세계적 수준의 학술지 육성 지원 사업 추진 방안 연구’를 발표했다. 그는 세계적 수준의 학술지 창간이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학술정보기반의 도약은 물론 학술단체가 성장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국내 연구자들의 자유로운 연구 활동이 뒷받침돼야 한다. 김 교수는 “연구자들에게 실적을 강요하다 보면 진지한 학문적 연구가 퇴색될 수 있다”며 “학문적 분위기를 조성해 당면한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의견 교환을 하고, 고민한다면 자연스레 학술지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을 표했다. 세계 수준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국내 학술지의 도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유오상 기자 osyoo@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