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우리 학교 천정환(국문)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 올해 계간지 『역사 비평』 92호에서 ‘신자유주의 대학체제의 평가제도와 글쓰기’라는 글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 시스템’은 한국연구재단의 학술 평가와 지원 제도를 일컫는다. 이 제도는 교수를 비롯한 연구자들의 연구의지를 북돋는 효과를 낳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시장주의적 경쟁과 성과주의가 대학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마치 학생들처럼 연구자들의 실적 경쟁이 치열하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논문의 양은 급격히 늘었지만 전반적인 질도 높아졌다고 볼 수 없다. 일괄적으로 논문 편수에 따라 모든 것을 평가하는 현재 시스템은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각 학문마다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은 앞으로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 학진 시스템과 더불어 인문학 진흥 사업이 이뤄짐에 따라 인문학의 학술환경이 달라졌다
국가의 많은 지원 아래 인문한국(HK: 학술연구재단이 우수 연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연구소를 선정해 육성하는 인문학 진흥사업)과 BK21(우수 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신진 연구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인력양성사업) 등이 시행됐다. 장기적인 계획을 토대로 학문의 기초가 되는 분야들의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될 수 있었고, 후속 세대가 연구를 이어가는 데 힘이 됐다. 하지만 국가의 지원에 대해 걱정스러운 점도 있다. 인문학은 국가 내에 있으면서도 인간과 평화를 위해 국가를 비판하는 소명을 가진다. 그러나 인문학이 국가의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본래의 소명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인문학 기반을 단단하게 다져 자생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 학자가 제 목소리를 내는 주요 매개인 논문은 대중들이 쉽게 다가가기가 어려운데
논문이라는 글이 지향하는 바는 일차적으로 학문적 엄밀성이기 때문에 대중화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인문학은 현실과 부단한 소통을 기반으로 하고 그 장기적 개선을 목표로 해야 하는 소명을 지닌다. 그러므로 삶에 기여하고 학부생 등 후속세대와 소통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 전문 연구논문뿐만 아니라 좋은 교재와 교양서도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연구자들이 학부생을 위한 교재를 만드는 데는 소홀하다. 교재는 업적 평가치가 낮기 때문이다.

■ 연구 이외에 학자들이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려면
이제는 인문학 교수들도 전문 직업인에 가깝지 지식인이라 보기 어렵다. 지식인이라는 용어 자체에 본래 비판, 계몽, 총체성, 문필업 등의 함의가 포함되어 있는데 오늘날의 한국사회는 이 모두를 가능하게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인이라는 말은 이제 잊어버려도 된다. 대신 사회연대 정신과 학문연구를 연결하는 새로운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학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자유롭고 건전하게 비판할 수 있는 물꼬를 터야 한다. 그래서 신자유주의적인 대학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