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구태훈(사학) 교수

기자명 차윤선 기자 (yoonsun@skkuw.com)

지난 3월 인사캠 퇴계 인문관에서 <동아시아역사 속의 갈등과 상생> 국제 학술대회가 열렸다. 우리 학교 구태훈(사학) 교수는 ‘혐한론의 원류-100년 전 일본인의 한국인식’이란 주제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동아시아역사 연구소 소장에 임기 중인 구 교수는 현재 일본 지성사를 장기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구 교수는 혐한론에 대한 연구 발표를 통해 1백년 전 한일 합방 당시 일본인들에게 스며 있던 혐한 감정의 원류를 밝혀냈다. 그는 한국을 혐오하는 혐한 감정의 원류를 찾기 위해 수많은 서적을 살펴보고 검토했다. 몇 개월간의 노력 끝에 일본의 잡지 ‘니혼진(日本人)’, ‘다이요(太陽)’ 등에서 결정적 증거를 찾았고, 여기서 일본 사상가나 유명인들이 만들어낸 혐한의 감정이 그대로 일반인에게 학습됐음을 발견했다. 즉, 일본의 혐한 감정은 체계적으로 ‘하향적 침투’가 된 것이다. 후에 실제로 우리나라가 식민지로 전락했을 때 기존의 혐한 이미지로 인해 일본인의 한국인에 대한 멸시감은 고착화됐다. 이로써 상류층의 국한돼 있던 혐한 감정이 일본 전역에 퍼져있음을 확인했다.

근대시대 일본은 한국을 어떻게 식민지로 삼을지 논하면서 그들의 언론매체에 혐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기에 국가적 수준에서 외면했다. 따라서 오늘날 이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에 대해 구 교수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올바른 방향으로 국제정세에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일본사를 연구하다 보면 그 이면에 가려진 한국사가 보인다며 연구의 매력을 드러냈다. 우리만의 눈으로 본 우리 역사와 일본의 눈으로 본 우리 역사는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일본사를 알면 알수록 우리나라의 현실을 직시하고 과거를 반성할 수 있다. 한마디로 ‘온고지신’이다. 예를 들어 임진왜란 후 우리 조상은 왜 일본이 쳐들어왔는지, 방어체계가 얼마나 허술한 것이었는지 반성하기보다는 일본을 욕하며 분풀이하기에 급급했다. 3백년이 지나도록 반성하지 않았고 결국은 나라를 뺏기고 말았다. 구 교수는 “역사학자로서 역사가 반복된다는 말은 인정하지 않지만, 적어도 역사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상상 그 이상이다”라며 역사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차후 2~3년 동안 구 교수가 연구할 주제는 전근대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의 일본 지성사이다. 일본 지식인들의 사상 궤적을 추적하다 보면 긴장감이 고조된 한반도 정세에 대처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부분도 이번 연구를 마친 후 진행될 예정이다.

역사연구는 외롭고도 고된 일이다. 구 교수는 “역사학은 증거 없이는 불가능한 학문이라, 가끔은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는 것과 같이 답답한 마음을 느끼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가 희생적으로 역사 연구에 골몰하는 이유는 역사가 좋기 때문이다. 그는 미래의 학자들에게 정말 좋아하고 알고 싶은 학문을 선택하라고 귀띔해줬다. 그것이 평생 갈 학자 삶의 버팀목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