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수(전자전기95) 동문

기자명 차윤선 기자 (yoonsun@skkuw.com)
당신이 지금 엄청난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발명품을 하나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수많은 노력 끝에 그것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 벅찬 감동과 들뜬 기분을 느낄 것이다. 그다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을 생각하며 흐뭇해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 조금 특이한 사람이 있다. “사업 같은데 취미가 없어요. 설사 돈을 벌 수 있다 해도 월급쟁이로 사는 게 편한걸요”라며 머쓱한 표정을 짓는 우리 학교 고영수(전자전기95) 동문이다. 너무 평범한 월급쟁이여서 오히려 더 비범해 보이는 그는 바로 홈페이지 프로그램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제로보드 창시자다.

고 동문이 만든 제로보드는 전문적 지식 없이 홈페이지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지금도 여러 홈페이지 프로그램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으며 △디시인사이드 △성균웹진 △성대사랑도 예외는 아니다. 이렇게 인터넷 구석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제로보드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고 동문이 군대를 제대하고 홈페이지 만들기에 열중하게 됐고 그 결과 제로보드를 탄생시킨 것. 그의 홈페이지를 다녀간 사람들이 고 동문의 실력에 감탄하고 프로그램을 얻기를 바랐다. 이에 고 동문은 거리낌 없이 메일로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나눠 줬다. 힘들게 만든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나눠준다는 것이 조금은 아깝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그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여러 사람이 조언해주고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죠”라고.

조그맣게 시작한 제로보드는 제로보드를 공부하는 책이나 학원도 생기고 심지어는 학교 교육과정에도 포함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고 동문은 회사일 틈틈이 제로보드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했다. 그러나 중국계 해커들이 제로보드를 사용하는 비전문가들의 홈페이지를 공략해 정보를 빼냈고 제로보드 업데이트 시 기존 버전의 제로보드를 쓰는 사람들의 홈페이지에 여러 문제점이 자꾸만 불거졌다. 결국 고 동문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고 제로보드의 공식 배포를 중단했다. 그는 9살까지 애지중지 키운 아기를 내 손으로 버리는 느낌이었다며 아쉬운 마음을 금치 드러냈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이가 장애 없이 인터넷을 자유로이 쓸 수 있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즉, 웹 생태계의 안전을 위한 길이었다.

하지만 제로보드가 영원히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오산이다. 현재 NHN 주식회사에서 웹 프로그램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고 동문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앞장서 개발하고 있다. 사람 사이의 신뢰와 소통을 중시하면서도 ‘제한이 없다’는 뜻을 담고 있는 오픈 소스의 프로그램으로 제로보드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이는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해 프로그램의 공유도 자유롭고 업데이트가 자유롭지 못했던 기존 제로보드의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왜 하필 이름이 제로보드였냐는 말에 “워낙 네이밍을 잘 못해서 제 이름에서 따오게 된 것 같네요”라고 말하던 꾸밈없는 모습의 고 동문은 그의 성격만큼이나 자신의 가치관에도 꾸밈이 없다. 함께 공유하며 얻을 수 있는 행복을 추구하고 이로써 건강한 웹 생태계 구축을 꿈꾸는 고영수 동문. 그가 만들 웹 생태계는 고 동문만큼이나 평범하지만 비범할 수밖에 없는 그의 매력이 담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