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 의무이수 등 종교 활동에서 일부 마찰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선교의 자유가 종교 선택의 자유보다 우선하지는 않는다” 9월 30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며 청소년들이 종교 자유를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처럼 초중고교 교육현장에서 종교선택권의 자유는 확산돼 가는 추세에 있다. 그렇다면 대학사회는 어떨까. 종교재단에 기반한 사립 대학이 전체 대학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 대학생들의 학내 종교 선택권에 대해 살펴봤다.

종교 수업에 대한 사회적 논란
“무엇보다도 의무적 사항이라는 것 때문에 반대한다.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들의 선택권이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연세대 1학년에 재학 중인 유 모 씨는 기독교 사학인 자교의 채플 수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대부분의 사립 대학에서는 이와 같이 설립자 혹은 설립 이념에 따라 일정한 과목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졸업요건이 성립된다. 우리 학교도 유교적 건학 이념에 따라 유학과 관련한 수업을 듣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현재 대부분의 종교 재단 사립대학들은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을 포함시키고 있다.
기독교 재단에 기반한 사립 대학은 일반적으로 채플 수업을 일정학기 이수하는 것을 졸업요건으로 지정한 상황이다. 채플 수업을 의무화하는 것은 아직도 기독교 사학 내에서 많은 논란이 있어온 주제였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24일자 <연세춘추>에는 의무적 채플 시행에 반대하는 의견이 여론면에 실린 바 있다. 이에 대한 기독교 사학 교목실 측의 입장은 크게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없다는 것이다. 숭실대 교목실은 채플 수업을 하는 의도에 대해 “기독교의 여러 가지 가치관을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일 뿐”이라고 말하며 대학생들의 종교 선택권을 침해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숭실대의 경우 지난 95년 한 학생이 채플 수업을 이수하지 않고 졸업요건을 인정해달라고 학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지만 98년 대법원은 이를 최종심에서 기각한 바 있다. 원고 측은 기독교 재단이 설립한 사립대학에서 대학예배에 참석할 것을 의무화한 학칙을 정한 경우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반하는 무효 학칙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채플 수업이 ‘복음 전도나 종교인 양성이 직접적 목표가 아니’라며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는 사회통념상 대학교의 채플수업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반하는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종교에 대한 사립학교들의 방침
연세대 박정세 교목실장은 “강제 예배는 곤란하다고 생각하지만 채플 수업은 다르다”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기독교적 이념을 전달하는 입장에 있는 것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기독교 학생들의 채플 이수에 대해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채플 수업으로 비신자 학생들을 배려하려 하지만 해결책이 모든 사람들에게 만족스럽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불교 사학인 동국대도 ‘자아와 명상’ 등의 불교 관련 수업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동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진백 씨는 “천주교 신자이지만 사실 학교에서 하는 방안에 큰 반대는 없다”고 말하며 “물론 심정적으로 불편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어느 정도 학교 방침에 따르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교의 종교 배경과 다른 학내 종교 동아리들이 종교활동에 학교측과 마찰을 겪은 사례도 있다. 숭실대 학생처는 현재 불교 관련 종교 동아리인 ‘숭불회’를 공식적 동아리로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 숭실대 학생처 측은 “아무래도 기독교 정신에 기반한 사학이다 보니 이들을 인정해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동국대는 학내에서 동국대 한국대학생선교회(CCC)의 예배 활동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 단체의 이영록 간사는 “학교 측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아무래도 활동에 제약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반해 천주교 사학인 가톨릭대와 서강대의 경우 학교 측에서 공식적인 행사에 미사가 있기는 하나 학생들에게 여기에 의무적으로 참석을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서강대학교 교목실 측은 “학생들에게 최대한 자유로운 종교활동을 인정해주려는 것이 학교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톨릭대 교목실 관계자 역시 “종교 전체의 성향을 봤을 때는 성격이 다르게 운영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가톨릭대에 가톨릭 신자만 다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종교와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최대한 학생들의 의사를 보장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갈등의 원인은 어디에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대학 입시 과정에서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우리나라에서 입시생들이 대학을 선택하는 풍토상 본인의 확고한 의사결정이나 가치판단이 부족해 자신의 입시점수만으로 학교를 선택하기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 서열화가 이루어지는 한국의 교육풍토에서 대다수의 학생들은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가 어떤 학교인가에 관계없이 높은 인지도를 가진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이에 대해 숭실대 이상하 학원선교목사는 “대학이 서열화 되어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성적과 인지도에 따라 대학에 가게 되는 상황에서 학내 종교 선택권을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자율권으로 보기 어려운 사회적인 상황이 깔려있다고 생각한다”며  “고등학생이나 학부모가 대학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나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문제점 속에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남 J모 학원에서 입시에 도전 중인 길 모씨는 “사회적 분위기가 무조건 서열상 더 높은 학교를 지향하는 분위기에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종교에 따라 특정 사학을 선택할 수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학내 종교 활동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권이 보장됐으면 한다는 학생 측 의견과 건학 이념을 유지해야 한다는 학교. 양 측 논리가 나름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는 가운데 의무이수 수업과 학내 종교 활동에 대한 시소의 중심에서 어느 한편을 드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학생의 종교 선택권과 학교 측의 자율성의 논란은 오늘도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