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국(전자전기)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매 학기 강의를 하는 동안 내내 대학생활 동안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언급하는 여러 가지 중에 제일 강조하는 것이 “영어회화 능력습득”에 관한 것이다. 영어회화를 잘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본 지면을 통해 설명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이 된다. 다만,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영어회화를 잘 하고는 싶어 하지만 이에 따르는 노력과 희생을 지속적으로 감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되는 것처럼 생각이 되는지 학부 4년동안 정말 심각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그다지 많이 찾아보기는 힘들다.
나는 전기분야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영어회화 공부의 이론적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본 글을 통해 얘기하고 싶은 것은 내 경험을 같이 나누고 싶은 것이다. 영어회화를 그렇게 못하다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한테 꽤 잘한다는 평을 받게 되었는가를 나누고 싶고 무수한 실패 속에서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하면서 찾은 내 나름의 왕도에 대해서 사랑하는 학부 제자들과 나누고 싶은 것이다.
영어회화를 잘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단어공부, Listening공부, 표현공부, 그리고 열정이다. 무슨 색다른 이야기를 할 것처럼 서두에서 얘기하더니 모두 다 아는 진부한 얘기인가 하고 의아해 할 수 있다. 하지만 방법을 달리하자는 것이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첫 번째, 단어공부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자. 내가 얘기하는 단어는 TOEFL이나 TOEIC 같은 시험 준비용 단어가 아니라 생활회화용 단어를 말하는 것이다. 각자가 생활회화 단어를 얼마나 알고 있나 테스트해 보는 것은 간단하다. 외국인과 에버랜드 동물원에 놀러갔다고 가정하자. “야 저기 홍학 이쁘다”, “저기 수달 좀 봐 암수 두쌍이 참 잘 어울리네” 외국인 친구가 병원에 같이 가자고 한다. “정형외과 갈까? 신경외과 갈까?” “광대뼈가 욱신거려”, “무릎 뼈가 결려” 이러한 표현들을 바로 영어로 옮길 수 있는 가? 만일 이 글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한테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내가 학생들과 얘기했던 경험으로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기억이다. 이러한 것을 “생활회화 단어”라고 한다. 알파벳 A부터 쭉 나열되어 있는 단어장은 이제 버려 버리고 그림으로 표현된 주제별 단어장을 사용해서 단어를 습득하도록 하자. 사람을 세워 놓고 각 부위별로 단어가 쓰여 있는 그런 그림 단어장 말이다. 어떻게 외워야 하는가?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보면서 하루에 1시간 씩 정해서 단어를 외우게 되면 100% 실패하게 된다. 하루 이틀은 할 수 있어도 1주일, 한 달, 일 년 동안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손에 딱 들어가는 종이를 준비하자. 종이 앞 면에 단어를 세개 만 쓰고 뒷 면에는 각 단어의 뜻을 쓰자. 이러한 종이를 3장 준비해서 주머니에 넣고 등교하자. 캠퍼스를 걸으면서 밥을 먹으면서 틈틈이 그냥 꺼내서 몇 번 계속 본 후 귀가해서 준비한 박스에 그날의 종이 3장을 던져 넣자. 그리고 그 다음날도 새로운 단어 9개, 또 그 다음날도 9개. 이러다 보면 어느덧 박스가 가득차게 된다. 그러면 집에서 나올 때 이미 박스에 있는 단어 종이장 몇 장 그냥 집어서 나와 반복해서 익히면 된다. 이렇게 해서 한 달동안 20일만 하면 180개의 생활단어를 익히게 되는 것이다. 동물, 병원, 신체 등 어느 특정 주제 분야에 대해서 180개의 단어라면 그 분야에 대해 표현을 하기에 충분한 단어가 되는 것이다. 수업시간마다 종이 단어장 준비한 학생 단어장 흔들어 봅시다라고 얘기를 하면 80명 되는 학생 중에서 5명 정도!! 그만큼 너무 쉬워 보이지만 실천에 옮기기가 힘든 것이다. 아니면 의지가 없거나. Listening과 표현공부에 대해서는 지면 상 설명하기가 힘들고 무엇보다 중요한 열정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영어회화를 한참 공부하는 초반기에 주말에는 늘 덕수궁, 경복궁, 인사동 등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곳에 매주 갔던 기억이 난다. 바지 오른쪽 뒷주머니에는 영한사전, 왼쪽 주머니에는 한영사전을 꽂고. 혼자서 관광을 하고 있는 외국인에게 다가가서 영어회화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소개하고 무료로 관광 가이드를 해 주겠다고 하면서 늦게까지 식사하고 맥주 한 잔하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물론 돈은 내가 내고. 얘기하다가 말이 막히면 바로 한영사전을 꺼내서 말을 계속하고 외국인에게 정확한 발음이 어떻게 되는지 해보라고 하고.
예전 경험을 언급하면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열정이다. 미쳐야 한다. 남들이 영어학원 간다고 나만 안 가면 어색하니까 학원 등록하고 그저 학원만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미쳐야 한다. 공부할 당시 주머니에는 항상 메모지가 있었다. 길을 걸으면서 나 혼자 영어로 중얼중얼 하다가 표현이나 단어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곧바로 메모지를 꺼내어 적어 놓았다가 학원에 가서 한국계 외국인 선생님께 물어봐서 모르던 표현과 단어를 외우고 했었다. 영어회화 공부를 단지 무늬로만 하지 말고 모든 정신을 쏟아서 미쳐야 하는 것이다.
어학연수를 간다고 상담을 하러 온 학생들에게는 일차적으로 기본적인 영어회화 공부를 한국에서 하기를 권유한다. 한국만큼 영어회화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잘 마련된 곳은 없다. 한국에서 매일 일정시간 6개월 이상을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영어회화에 대한 열정이 없는 것이다. 단지 외국에 나가면 잘 할 수 있다는 망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열망은 없다고 판단된다. 물론 한국에서 기본적인 공부를 한 후 외국에 나가면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많지만 백지상태에서 외국에서 답을 얻고자 하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TV에서 유명한 영어회화 강사가 한 말이 생각난다. 영어회화는 계단식 공부라서 매일 하더라도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안보이지만 6개월 정도가 되면 한 단계 확 향상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또한 대기업 임원께서 식사자리에서 하신 얘기도 생각난다. 영어회화를 잘 하는 사람은 일단 성실하다고 본다고.
영어회화가 무서운 도깨비로 여겨지는가? 아니면 원하는 보물을 주는 요술 방망이를 들고 있는 도깨비로 보이는가? 똑같은 도깨비이지만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 더 이상 영어회화라는 무서운 도깨비에 시달리지 말고 열정을 가지고 매일 꾸준하게 준비해서 우리의 미래를 더 밝고 넓게 열리게 해주는 요술 방망이로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