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희(인터랙션 사이언스 학과)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성대에 부임한지 1년이 되었다. 이름도 생소한 새로운 학과인 “인터랙션 사이언스”에 부임하여 학과창설일로 지난 1년이 정신 없이 바빴던 것 같다. 인터랙션 사이언스 학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융합진흥정책에 따라 World Class University란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생긴 융합학과이다.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은 이 학과의 정체성이나, 무슨 연구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고 질문도 많이 한다. 간단히 말해 인터랙션 사이언스는 인간과 기술이 상호작용하는 방법과 현상에 대한 이론을 다양한 학제간 접근을 통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미래산업의 핵심 영역인 HCI (Human-Computer Interaction), HRI (Human Robot Interaction), DMC (Digital Media & Contents)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인터랙션 전문가를 배출하여 국가 신성장동력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인간과 기술이 상호작용하는 방법과 현상에 대한 이론을 다양한 학제간 접근을 통해 인간 중심의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을 하고 나면, “그렇다면 그 학과가 문과인가 이과인가”라는 질문이 바로 돌아온다. 미국학계에 오래있으면서 문과와 이과의 구분을 잊고 살아왔는데, 한국에 오니 이분법적 구분을 강요당하는 느낌이다. 비단 문과 이과 구분만이 아니라, 정치에서 좌파와 우파, 이념에서도 진보와 보수, 학계에서도 내전공과 타전공의 배타적 구분이 팽배해 있는 느낌이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대학입시에서의 인문계 자연계 (문과/이과)의 구분은 일제시대에서 원류한 것으로 융합과 통섭의 시대인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고등교육을 문과와 이과로 나누어 교육하고 있는 나라는 선진국에는 찾아볼 수 없다. 고교생들은 문과와 이과로 구분된 다른 커리큘럼하에서 교육을 받게 되고 대학 지원시에도 두가지의 이분법중 선택을 해야한다. 그러나 문과/이과의 구분에 정확히 분류가 되지 않는 과들도 많다. 예를 들어 경영정보시스템, 산업공학에서의 human factors,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인지공학, 교육공학, 정보공학 등 소위 문과와 이과의 경계에 있는 학문들이 많고 이러한 새로운 학문은 통섭의 시대에서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문이과의 구분은 학문적 편식을 고착화시키고 다양한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대학은 학생들에게 전공에 관계없이 인문학, 자연과학 등 학문의 기초를 가르치는데 큰 비중을 두고 있어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금방 적응할 수 있는 수학 능력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최근 애플의 스티브 잡스 (Steve Jobs)는 아이패드 시연식에서 “애플이 아이패드를 만든 것은 우리가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갈림길에서 고민했기 때문이다”라고 그들의 성공을 설명했다. 기술과 인간의 이분법적 구분이 아닌 융합과 통섭을 통한 창의로운 생각이 세계적 애플제품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세분화 되었던 학문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각 분야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떼어 새로운 창조물을 만드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으며,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지식의 통섭과 학문의 융합이 가속화 되고 있다.
나는 한국의 학생들이 전통적으로 주어진 하나의 학문분야내에서 안주하기 보다, 타분야나 타학문에 대해 좀더 개방적인 자세를 가지고, 다양한 분야를 창의적으로 개척하길 바란다. 융합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창의성”이라 할 수 있다. 융합은 서로 다른 두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연결 고리를 발견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아이폰 혁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제는 세분화된 지식이나 기술보다는 창의성을 통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제품이 세계를 이끌어간다. 창의성, 새로움, 이러한 개념은 기존의 한 분야에 비해 매우 어렵고, 최근 우리가 부딪히는 대부분의 문제는 과학기술 내에서의 지식 뿐 아니라 인문·사회적 지식이 융합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융합과 통섭에 대한 체계가 올바르게 잡히지 않았다. 융합과 통섭을 단순한 합침이나 결합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 통념일 것이다. 인터랙션 사이언스학과를 필두로 하여 융합학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가 확산되길 바란다. 그래서 가까운 미래에는 인터랙션 사이언스학과가 문과냐 이과냐의 논란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