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창극원 박종철 대표 인터뷰

기자명 김영인 기자 (youngin@skkuw.com)


■ 국내 유일의 민간 창극 단체인 한국창극원. 어떻게 생겨났는지 궁금하다
현재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대중적 공연과 달리 가장 전형적이고, 가장 고전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과거 뮤지컬 배우였을 당시 공감할 수 없는 남의 이야기를 흉내 내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고루한 말을 차치하고서라도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의 중요성은 크다. 물론 대중문화도 분명히 그 자체로 가치 있다. 다만 누군가는 대중문화와는 다른 이런 길을 걸어야 하고 내가, 그리고 우리가 그 길을 걷겠다는 것이다.

■ 설립 이후 걸어온 길을 소개한다면
한국의 민족문화의 원형을 재창조해 창극에 녹이는 작업을 해왔다. 또한 자체 국악전용 소극장 운영을 통해 전통공연예술 공연을 확대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창극의 극본 개발 등을 통해 많은 사람이 더욱 쉽게 창극을 즐길 수 있는 것에도 온 힘을 다하고 있다.

■ 창극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창극은 민족문화의 기본 틀인 민족 정서, 즉 한국인만의 무엇인가를 지니고 있다. 이 자체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지만 창극의 바탕이 되는 판소리 자체가 아주 독창적이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각국의 그 무엇과도 섞이지 않는, 그렇다고 다른 것을 배척하지 않는 것이 바로 창극이다.

■ 전통만을 중요시하는 것이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통만을 강조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약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더욱 많다고 생각한다. 그림이나 디자인만 봐도 뚜렷한 작가의 특징이 드러나야 오래 사랑받지 않나. 물론 그 시대에 당장 인정받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고 창극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이 전통을 바탕으로 우리가 더욱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 최근 들어 서양 작품의 국내화나 3인 창극과 같이 창극에 젊음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당연히 찬성이다. 창극이 고전적인 것을 다루지만 결코 어렵거나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 것은 아니다. 오롯이 우리의 삶을 담고 있을 뿐이고, 새로운 시도는 창극을 보다 다가가기 쉽게 만들기 때문이다.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모두의 지향점이 같은 것 아닌가. 우리의 이야기라면 더욱 좋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대 문학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역시 그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다.

■ 설립 후 10년이 지났다. 앞으로 어떤 길을 걷고 싶나
창극은 그 소재의 뛰어난 예술성뿐 아니라 모든 연주를 라이브로 한다는 공연 방법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이런 창극만의 특징을 세계에 알리고 그를 통해 교감하고 싶다. 물론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른다. 한국창극원이 만들어진 지는 10년, 창극 연출을 한 지 25년이다. 걸어온 길보다 더 가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은 세계와 함께 창극을 공유하는 날이 올 것을 믿기에 끝까지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