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대학생포럼 변종국 회장 인터뷰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대중성 있는 보수적 가치를 추구하겠다” 지난 9월 8일, 보수 대학생 단체를 표방하는 한국대학생포럼의 비전선포식이 있었다. 보수라는 기치 아래 대학생들의 소통 창구가 되겠다는 이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이 기존 보수 진영의 주장과 얼마나 차별성을 가질 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대학사회의 대학생 보수단체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국대학생포럼 변종국 회장을 만났다.

성대신문(이하:성) 보수에 대한 생각을 여쭤보고 싶네요. 보수라는 의미가 사회의 기존의 틀을 인정하려 하고 사회의 기득권적인 가치를 인정하려는 성향이 있지 않나요.
변종국 회장(이하:변) 글쎄요. 저는 기자님과 거기부터 생각이 달라요. 기성적, 기득권적 가치를 대변하는 게 보수라고 보는 것인지. 사실 보수라고 하는 자체가 뭔가를 지키려 하는 것은 맞는데 왜 보수를 기득권을 지키려 하는 것으로 정의를 내리시는지요.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보수의 가치는 뭔가요.

     
 

저는 모든 인터뷰에서 똑같이 말해요. 보수가 뭔지, 진보가 뭔지 모르겠다고. 수많은 실타래가 엉킨 큰 문제를 진보와 보수라는 틀로 나눌 수 있느냐고 묻고 싶고요. 제가 여쭈어볼게요. 저희를 대학생 보수단체라고 알고 오셨잖아요. 왜 보수단체라고 생각하셨는지가 궁금해요.

기성 언론에선 그렇게 말하니까요. 이미 보수냐 진보냐 판단을 내려서 보도를 내보내죠.
네, 그거에요. 저희 단체에 색깔을 칠해준 거죠. 물론 저희가 보수에서 주장하는 가치들을 수용하는 부분이 있어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나 시장경제적인 가치. 그런데 명확하게 해야 할 점은 저희 단체는 보수기 때문에 이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게 맞다고 생각하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보수라고 불러주는 것 같아요.

단체를 구성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2008년 촛불시위 때 그 상황을 보면서 의구심을 가지게 됐죠.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등이 하나의 정치문화로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다른 방향에서도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상황에서 대학생들이 기성세대가 던져 놓은 틀에 치여 산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햇볕정책에 대해 지지를 하면 빨갱이라고 매도 받는다든지.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면 MB친위대라고 비난 받는다든지. 극단화하는 것에 대해서 좀 화가 났습니다. 행동하더라도 포럼 형식으로 공부를 해보고 목소리를 내보고자 시작을 하게 된 거죠.

최근엔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매주 세미나를 해요. 지금은 한국 현대사 관련 세미나(주제는 △이승만 박사의 위대한 선택 △대한민국 헌법의 탄생과 헌법학자 유진오 △구국의 영웅, 백선엽 장군 등)를 하고 있고요. 요즘은 ‘선플달기 운동’이라는 것도 하고 있고. 인터넷에서 선플달기 캐치프레이즈 공모전을 하는 거죠.

참여하는 회원들의 성향은 어떠하나요.
정말 다 달라요. 자기가 보수를 자처하며 들어온 사람도 있고, 배우고 싶어서 들어온 사람도 있고. 실제로 진보적인 곳에서 있던 친구들도 들어왔어요.

단체의 활동 방향을 보면 법치를 강조하신다는 것도 하나의 기조로 들어가 있었는데 법치라는 걸 저희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말 그대로 법에 의한 통치죠. 법치라는 건 서로 간 신뢰와 약속이 있어야 해요. 그건 ‘나’라는 존재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감히 이렇게 말해요. ‘악법도 법’이라고. 문제가 있는 법이라도 일단 지키고 나서 합법적인 통로를 통해서 법이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요.

하지만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이 제도권을 통해 호소할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잖아요?
사실 통로가 없어요. 소통 통로가 없다는 데 착안해서 한국대학생포럼이 창구로서 기능을 하자는 취지도 있습니다. 저는 ‘오죽 말을 할 데가 없었으면 촛불을 들고 나왔겠냐’는 말에 공감해요.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법이라고 해서 확 바꾸기보다는 제도권 내에서 바꾸는 것이 좋죠. 그 사이에서 피해를 보는 다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거시적인 관점에선 그게 더 맞는 방법 아닐까요. 점진적인 개혁이라는 의미에서 보수가 지향하는 의미와 부합할 수도 있어요.

성 그런데 사람들이 왜 보수의 진정성을 의심한다고 생각하세요?
저도 궁금해요. 그리고 그동안에 잘못 보여줬던 부분이 많이 있잖아요. 물론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는 게 있죠. 예를 들면 경제 발전하면서 솔직히 정부가 기업에게 상당히 많은 특혜를 줬던 게 사실이잖아요.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시장과 국가가 함께 응축된 힘을 모아야 했던 상황을 인정해요. 하지만 요즘 시대의 잣대로 봤을 때 정경유착 같은 건 안 된다는 거죠.

성 현재까지 있었던 보수 패러다임에서, 기성의 보수와 구별되는 지점이 어디인가요.
제가 수구보수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순수한 의미의 환경문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반대 안 해요. 보수도 그렇잖아요. 북한 인권에는 관심을 가지면서 국내인권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해요. 인권이라는 걸 정치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저는 등록금이 깔끔하게 해결될 수 있는 정책이 뭘까 항상 생각해봐요. 아직 답은 못 내리고 있지만 오히려 보수적인 제가 진보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 못지않게 이런 문제에 관심을 두거든요. 사회가 성향을 규정짓기나 틀 짓는 것은 쉬운데, 이 안에 있는 다양성을 틀 짓기로 사뿐히 무시해버리기 때문에 너무 안타까워요. 저는 저를 다양한 말로 표현하고 싶지만 그럴 말이 없으니까 그냥 보수라고 부르나 보다 하는 거죠.

현재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실 계획이신가요.
대중적인 보수적 가치를 표방하고 싶은데, 보수가 추구하는 가치들이 분명히 이 세상을 살찌우고 충만하게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헌데 그런 좋은 가치들이 과거의 좋지 않은 선례 때문에 파묻혀 버리는 경우가 있죠. 그렇기 때문에 그런 긍정적 가치를 위한 보수의 자정 운동도 하고. 대학생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대안을 제시해줄 만한 학술성도 갖추고 싶어요. 기득권을 깨주는 장치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