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 『구월의 이틀』 리뷰

기자명 양명지 기자 (ymj1657@skkuw.com)
순수 보수 청년 탄생기. 장정일의 소설 <구월의 이틀>에 대한 언론의 수식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진보 성향을 가진 청년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보수적인 청년에 대한 이야기는 드물었다. 장기간 ‘부도덕한’ 보수 세력이 권력을 잡고 있었던 상황에서 대놓고 보수의 이야기를 하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대학에 올라와 친구가 된 두 주인공 금과 은은 이름이 주는 느낌만큼이나 소설 전반에 걸쳐 계속해서 대립되는 존재다. 금과 은은 각각 청년 진보 세력과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로, 두 청춘의 이념적 대립을 통해 작가는 좌우 대립이 극한에 치달았던 2003년 이후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여준다. 이라크 파병 문제, 대통령 탄핵 문제 등 실제로 사회적 이슈가 됐던 굵직한 사건들은 이들의 이념적 대립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금과 은의 이념적ㆍ사상적 혼란과 성향의 변화는 현재 우리나라 청년층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올드 라이트도 뉴 라이트도 아닌, 자신들만의 독자적 노선 ‘퓨어 라이트’를 주장하는 새로운 보수층은 기존의 보수 세력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젊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아왔던 진보 세력도 실익과 새로운 사회적 가치 창출, 혹은 사회적 변화 사이에서 고민한다. 작가는 이런 상황에 대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점차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금과 은의 모습을 통해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책에는 젊은 층의 이념 대립 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성세대의 이념 대립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대표적 인물이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대통령 보좌관이 된 금의 아버지다. 그는 함께 운동을 했던 옛 동료들과 진보적 정권이지만 실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뜻을 굽혀야만 하는 정권 사이에서 방황하다 결국 자살을 택한다. 또 은의 정치적 스승인 거북도사는 우리나라는 5%의 보수 세력과 95%의 진보 세력으로 이뤄져 있는데, 수로 보나 주장의 정당성으로 보나 애초에 보수는 진보를 논리적으로 이길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빨갱이’니 ‘친북’이니 하는 자극적인 말로 그들을 일단 매도하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음악적 취향, 성(性)적 대상의 차이가 계속해서 드러나며 두 인물의 대립이 이어지지만 화합점을 찾으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두 인물 사이의 동성애적 코드와 소설의 마지막에 탄핵 찬반 시위 현장에서 맞딱드린 두 인물의 행동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대립하던 두 노선은 결국 하나가 되지 못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화합하지 못하고 날을 세우기만 하는 우리나라 진보와 보수의 현실을 우회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비록 소설에서는 양쪽 이념이 화합을 이뤄내지 못하지만 이 책은 기성세대가 할 수 없었던 좌우의 화합을 청년층에게서 기대하며 넌지시 권한다. 물론 그 과정에는 금과 은이 겪어야 했던 격변과 혼돈의 시기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제목 <구월의 이틀>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작가는 금과 은이 함께 듣는 교양 수업 교수의 목소리를 빌어 그 의미를 얘기한다. <구월의 이틀>은 류시화 시인의 동명 시에서 따온 제목으로 이념 갈등과 혼돈의 시기 속에도 청춘이 꽃피우는 시기, 즉 인생의 절정인 것이다. 소설의 말미 즈음에 작가는 당부한다. 인생이란 말은 삶 전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20대의 어느 짧은 순간을 가리키는 말이기에, 그 짧은 인생을 빙하시대를 불태워 버릴 정도의 열정으로 살아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