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돌 맞은 한국미술사학회, 성찰의 시간 가져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50년 전, 고(古)미술품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는 불문하고 소중한 유물들이 국외로 유출되던 시절. 고미술품 애호가들이 뜻을 모아 ‘고고미술동인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1960년 8월 15일에 계간지 『고고미술』 창간호가 나올 수 있었다. 이로부터 한국미술사학을 주도해 온 한국미술사학회가 올해 50돌을 맞았다.

 
윤이삭 기자 hentol@skkuw.com

한국미술사가 걸어온 길
한국미술사는 각 시대와 지역의 미술을 통해 한국사를 들여다보는 학문이다. 한국미술사는 식민지 근대학문으로 먼저 성립됐기 때문에 1960년대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때문에 연구자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던 미술사의 기초 자료를 발굴하고, 일제 강점기에 일본 학자들의 편향된 연구 성과를 수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주체적인 시각에서 열정적으로 연구한 결과, 한국미술사는 대중적인 학문으로 인정받아 관련 학과와 후학도 비약적으로 늘었다. 이로 인해 한국미술사학회에서도 과거의 10여 명에서 이제는 1백 명이 넘는 회원이 모여 열띤 분위기에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학회는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한국미술사학의 인문학적 성찰’을 주제로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인문학 도입해 발전의 실마리 찾아
반세기 연구사의 궤적을 살피고 다른 인문학의 관점에서 성찰하기 위해 연구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미술사와 인문학적 가치’에 대해 발표한 권영필 상지대 초빙교수는 방법론에 초점을 맞춰 한국미술사학의 연구 성과를 평가했다. 권 교수는 “한국미술사학은 구미 미술사 이론을 수용했고, 그 이후에 도입된 도상학적 방법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도상학은 주로 종교 미술의 여러 형상에서 종교적 내용을 밝히는 학문이다. 따라서 그는 한국 미술사가 제한된 시각에서 벗어나서 동양 미술, 나아가 세계 미술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를 위해서 “다른 인문학과의 교류를 지속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홍선표 이화여대 교수는 ‘새로운 방법의 모색, 한국미술사학의 과제’의 발표에서 한국미술사학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인문과학의 분과화에 따라 지나치게 높아진 학문적 경계는 우리의 삶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데 장벽이 됐다”며 한국미술사의 발전을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전통부터 근ㆍ현대까지 걸친 한국미술사를 온전히 재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새 연구 영역과 주제를 창안하고 연구 방법과 해석을 다양화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이주형 서울대 교수는 ‘인문학으로서의 미술사학-반성과 모색’ 발표에서 다른 시각을 보여줬다. 그는 대부분의 한국미술사 연구자들이 심도 있는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찾아보기 어려운 비판적 창의성과 상상력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이론이 강화된 논의들을 열린 자세로 포용해야 한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논리를 펼치는 기성 연구자의 발표의 장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은 발전 기대
이어서 토론자들은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여러 연구에 관해 논의했다. 심층적인 분석과 개념의 명확한 정의에 대한 요구가 토론 내내 지속됐다. 한국미술사는 학문으로서 뒤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그동안 인접학문의 연구방법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왔다. 때문에 한국미술사의 학문적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고, 심포지엄에서도 이에 대한 담론이 무성하게 이어졌다. 5시간이 훌쩍 넘도록 다양한 논의를 거치면서 회의장의 분위기는 치열하고 뜨겁게 달아올랐다. 짧은 시간 동안 눈부시게 성장한 한국미술사의 다음 연구 좌표를 설정하기 위한 이번 심포지엄은 기탄없는 비판과 뼈를 깎는 성찰이 어우러진 학문의 장이었다. 이번 심포지엄이 한국미술사 연구의 밑거름이 돼 앞으로도 심도 있는 논의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