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한국교원대 주명철(역사교육)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10월 28일, 국방부가 지정한 불온도서의 군내 반입과 소지 금지에 대한 복무규율이 합헌으로 판결이 났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금서 지정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이에 관해 국내에서 서양 금서 연구의 선구자로 꼽히는 주명철 교수의 생각을 들어봤다.
 
■ 금서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프랑스 혁명사를 공부해보고 싶어 프랑스에서 다니엘 로슈(Daniel Roche)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연구를 시작했다. 책의 출판과 유통 때문에 바스티유 감옥에 갇혔던 사람들을 다룬 그의 강의를 듣고 금서를 연구 주제로 삼게 됐다. 바스티유 감옥을 정복한 민중은 바스티유의 문서를 마구 찢고 버렸는데, 흩어진 이 문서를 모아 역사가들이 40여 년 동안 분류했다. 이 사료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해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 논문을 번역해 첫 저서 『바스티유의 금서』를 펴냈다. 이후 프랑스 혁명과 정치에 중점을 두어 금서에 관한 저서들을 출간했고 외국 서적을 번역했다.

■ 금서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권력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어느 시대 △어느 곳 △어느 공동체든지 금서가 존재할 수 있다. 내가 연구했던 18세기 프랑스의 금서는 연구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이전에 번역했던 『책과 혁명』의 저자 로버트 단턴의 말과 같이, 당시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읽지 못한 책에서는 그 사회가 수호하는 체제의 성격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금서를 쓰고 책으로 만들어 유통한 사람까지 연구하면 그 사회의 정치ㆍ경제ㆍ문화에 대해 제대로 파고들 수 있다.

■ 금서 제도를 두고 많은 논란이 일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금서는 물론이고 이를 지정하기 위한 검열 제도도 전혀 필요하지 않다. 공권력이 검열 제도를 만들면 대개는 공동체 전체의 이익보다는 기득권층의 사익을 위해 쓰이기 때문에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다. 그렇기에 금서를 통한 지배층의 사상 통제는 악습이라고 생각한다. 금서를 지정하기 위해서는 지정한 이들이 먼저 그 책을 읽어야 한다. 자신은 금서를 읽고도 국가에 충성할 수 있는데, 어떤 근거로 다른 사람이 읽으면 해로운 행동을 할 것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또한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 초대 대통령은 결국 몰락했고, 우리나라에선 18년 동안 독재했던 대통령이 마침내 총에 맞아 숨졌다. 이러한 불행이 지배층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했기 때문에 생겼는지, 아니면 표현의 자유를 계속 억압했던 상태에서 발생했는지 한번 생각해 보라.

■ 금서를 연구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이전까지 나름대로 모범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연구를 진행하면서 많이 반성하고 성찰하게 됐다. 바스티유에 갇혔던 사람들의 조서와 경찰 기록, 재판 기록을 보면서 특히 그랬다. 죽을죄를 지은 일이 없는 그들이 왜 그만한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했다. 법의 그물은 잉어보다는 송사리를 잡는 그물이라는 점을 깨달았고, 억압받는 소수 문화를 배려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앞으로는 프랑스 혁명사를 찬찬히 정리하면서 우리나라 역사에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일본어 표현의 잔재를 없애는 것이 목표다. 또한 국내에서는 금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주 소수이고, 나 또한 학문 후속세대를 거의 키우지 못한 점이 내내 아쉬웠다. 역사학계에서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