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토이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아티스트들에게 평면의 캔버스는 분명히 너무나도 답답한 공간이었으리라. 그래서 그들은 한정된 형태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고 입체적 공간을 꿈꿨을 것이다. 그 결과로 입체 장난감도 하나의 작품이 펼쳐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예술을 입을 준비가 된 장난감이 ‘플랫폼 토이’며 여기에 아트가 입혀지는 순간 아티스트의 마음이 담긴 장난감, ‘아트토이’가 된다.

아트토이의 역사는 오래지 않다. 1990년대 후반, 홍콩의 젊은 작가 마이클 라우가 홍콩 노동자들의 모습을 인형에 담아 시대상을 표현하면서 아트토이라는 개념이 처음 탄생했다. 그가 연 전시회는 수많은 관람객을 동원하며 세계적인 이슈를 만들어냈고 그 결과 미국과 유럽의 유명작가들이 아트토이라는 형식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는 곧 플랫폼 토이의 형태로도 발전했다. 플랫폼 토이는 고유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장난감으로, 참여한 디자이너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 말 그대로 ‘3차원 캔버스’가 되는 것이다. 이제 아티스트 각자가 자신의 개성을 담아 플랫폼 토이를 꾸며내면 그것은 아트토이로 완성된다. 여기서 그만이 가진 아름다움이 엿보인다. 아트토이 쇼핑몰 토이에스의 김형섭 대표는 “아티스트가 플랫폼 토이에 자신의 작품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아트토이도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된다”며 이를 설명했다.

△미국의 더니(Dunny)와 무니(Munny) △일본의 베어브릭(Be@rbrick) △홍콩의 퀴(Qee) 등 외국의 플랫폼 토이가 세계 시장에 많이 알려졌을 때 국내에도 윕(Ouip)이라는 플랫폼 토이가 나타났다. 윕은 전구에서 그 모양이 착안돼 만들어진 것으로, 비교적 사람 형태에 가깝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윕의 머리는 360도 회전이 되기 때문에 캔버스로서 좀 더 자유롭게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윕을 통해 우리나라도 세계 아트토이 시장에 끼어들 수 있게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티스트들을 위해 플랫폼 토이라는 표현의 도구를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윕을 탄생시킨 델리토이즈의 이재혁 대표는 “최근 아티스트들의 경향은 다양한 작업 형태에 있다”며 “그런 면에서 윕과 같은 플랫폼 토이는 입체적 작업을 돕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윕은 아티스트들의 작업 활동을 위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델리토이즈는 윕의 개발 당시에 25명의 아티스트에게 윕을 통한 작품 활동을 하게 했으며 이를 전시했다. 최근에는 시각정보디자인전공 학생들의 전시회를 위해 활용되거나 다양한 개인전이 열리기도 한다. 윕의 미래에 대한 생각도 밝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활동 중인 아티스트들과의 협력을 통해 그들의 작품을 입은 윕을 만들어내려 한다”며 “최근에는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개발되는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이 넓혀져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으로 걸어갈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애호가 층에만 국한된 시장도 문제다. 이 대표는 “아직 국내 시장이 좁다는 사실이 아쉽다”고 전하며 “시장 확대를 위해 일반인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상품 생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생소함 탓일까. 아직 그저 장난감으로만 여겨지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종이 한 장도 아티스트의 손길을 만나면 예술로 다시 태어나지 않는가. 종이 한 장 대신 플라스틱 몸통일 뿐이다. 아트토이, 플라스틱 몸통을 휘감고 있는 그 진정한 예술이 편견을 뛰어넘어 널리 알려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