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은혜 편집장 (amy0636@skkuw.com)

지난 11월 11일,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상술인 줄 뻔히 알면서도 이상하게 막대 과자에 눈이 가며 뭔가 먹어야만 할 것 같은 그리고 받아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날 말이다. 신문사 친구 한 명과 학교 정문 앞 식당을 찾아가는데 여기저기 막대 과자를 든 이들이 얼마나 많던지...... 알 수 없게 필자 자신이 작아지는 것을 느껴졌기 때문일까. 우린 서로에게 가장 싸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막대 과자 하나씩을 선물했다. (결론적으론 뭔가 더욱더 초라했다.)
어찌 됐든 오랜만에 먹는 과자가 정말 맛있어 오독오독 먹으며 서서히 호암관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단풍이 매우 예쁘게 들었다고 생각하는 찰나! 그들을 보았다. 노란 은행잎보다 예쁜 금발머리 휘날리며 다가오는 경이로운 얼굴을 소유한 유학생들을 말이다. 한국 학생들이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것만큼 우리 학교로 유학 오는 외국인들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볼 때마다 왠지 모르게 놀라웠다. 왜일까.
분명 동양인 얼굴이 훨씬 예쁘다고 생각하는 필자이기에 그들의 서구적으로 잘생긴 외모 때문에 달리 보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럼 이유는 하나이다. 정말 수많은 동양인 중 가끔씩 보이는 서양인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너무 이상하게도 서양인과는 수업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벌써 2년이나 대학생활을 했는데도 말이다. 서양인 유학생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공을 갖고 수업을 들을 텐데 국제관을 제외한 건물에서 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니 생각할수록 이상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교적으로 우리 학교에는 많은 중국인 유학생이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떤 수업에서도 2명 이상의 중국인 유학생과 수업을 듣는다. 그럼에도 한 번도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기억이 없다. 물론 중국인 유학생도 한국 학생에게 말을 걸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외국인 유학생과 친해질 수 있는 동아리 혹은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정말 그 좁은 통로가 아니면 외국인 유학생들을 만나 대화하는 일은 정말 적다. 학교는 시도 때도 없이 글로벌, 글로벌을 외치는데 정작 학교 구성원은 왜 아직도 글로벌하지 못한가.
그 뿐이 아니다. 학내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과도 서먹한 것은 당연하고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자녀 등 한국인이 아닌 그 누구와도 우린 가깝지 못하다. 아니, 가까워지려 하고 있지 않다. 그들이 단지 한국인이 아니라는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정작 한국인이 외국에 나가면 오히려 외국인이 한국인을 무시한다거나 친해지려 하지 않는 다는 이유로 하소연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다른 외국인에게 우리가 꽁꽁 싸매고 있는 개방된 마음을 우린 너무나 당연하게 외국에서 외국인에게 요구한다.
이를 무어라 정의 내려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확연히 보이는 우리의 이중적인 태도를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는 명확하다. 모든 문제가 그러하듯 나부터 풀어 가면 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한 걸음씩 중국말로 따로 이야기 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에게 한국말로 말을 건네주고 인사 한 번 더 한다면 한국 안에 그들이 완전히 포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