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기자명 김영인 기자 (youngin@skkuw.com)

‘낯선 사람의 관대’로부터 영화는 시작한다. 사고로 차가 파손된 기자 앞에 이름조차 모르는 이가 나타나 고급 승용차를 건넨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사실 이 낯선 사람의 관대는 낯선 것이 아니라 예정돼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주인공 트레버의 수업시간.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마을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왜 우리는 세상에 대해 신경 써야 하는가?”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우리도 쉽사리 대답하지 못할 문제다.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묻는다. “세상을 자유롭게 살아갈 날이 올 때,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과제를 낸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그것을 실행하라”고.

사실 트레버에겐 세상을 바라볼 조금의 여지조차 남아있지 않다. 알콜중독자인 아빠는 폭력을 일삼는 악순환적 삶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엄마 역시 마찬가지다. 노력은 하지만 무엇이 잘못됐는지 인정하지 못하고 다시 술을 택한다. 이런 상황 속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그가 삶에서 풀어나가야 할 커다란 숙제였을 테다.

그럼에도 겨우 11살, 세상이 바라는 것조차 없는 어린 나이의 그는 용기를 낸다. 주변의 세 명을 돕는 것. 그리고 도움을 받은 사람이 각각 다른 세 명을 돕기로 약속한다. 그 도움을 받은 총 아홉 명의 사람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는 누군가를 돕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님을, 도움을 받은 사람이 그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있음을 안다.


트레버는 마약중독자에게 오랫동안 모은 돈을 주며 시작의 기회를 제공한다. 어린 아이에게라도 기대 새로운 삶을 꿈꾸던 그는, 그러나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가 도움을 주고자 했던 또 다른 사람들, 사회선생님이나 친구도 마찬가지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는 고민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러나 사실 그는 너무나 많은 것을 해냈다. 마약중독자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살을 시도하던 여성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제공하고, 늘 자신을 억압하며 살던 사회선생님은 트레버의 엄마를 만나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그리고 트레버로부터 시작된 이러한 작은 호의와 그로 인한 변화가 먼 길을 돌아 기자에게 전달된 것이다.

물론 영화 속 희망적인 이야기가 현실에서 재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누군가를 배려한 내 마음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비수가 돼 돌아올지도 모른다. 또한 당신이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니 무조건 세계를 변화시키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세상을 변화하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지만 그 미래가 흙빛으로 다가왔다고 해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사실 이미 모두들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남을 돕고,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뭐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때로는 용서를, 때로는 사랑을, 때로는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의 모습을 띈다는 것을. 그러니 한 번 꿈 꿔 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