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은혜 편집장 (amy0636@skkuw.com)

지난 목요일 살 떨리는 수능시험이 끝났다. 누군가는 화려한 성적으로 좋은 대학에 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테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지금까지도 충격과 걱정에 사로잡혀 있을 것이다. 대학생 된다는 것이 참, 어렵다.
대학생이 되기 위한 관문을 진즉 지나치고 현 대학생인 우리는 그토록 바라던 모습 그대로인가. 대학생인 우린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어렵다. 학기마다 다가오는 등록금 고지서 한 장에 대학생에서 노동자로 혹은 빚쟁이로 금세 처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 장학금을 받자는 짜증 나는 논의는 언급도 하지 말자. 어차피 장학금 받을 사람은 소수이지 않나.
지난 2년간 주요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며 이렇게 저렇게 버텨왔지만, 이번엔 좀 심상치 않다. 물가상승률과 지속된 경제 불황으로 말미암아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대학생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더군다나 등록금에 대한 압박으로 자살한 대학생, 삭발 시위 등이 계속되면서 등록금을 사이에 둔 학교와 학생 간의 틈이 좁혀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실 대학생에게 등록금 납부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의 끈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억하시는가. ‘반값 등록금 공약’이라고. 대학생과 학부모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주었던 그 공약이다. 지난 대선 당시 많은 대학생이 표를 던졌던 여러분이 생각하는 바로 그 공약이 맞다. 대체 이 공약은 어디로 갔는가?
이에 대한 호기심은 역시 필자만 느꼈던 것이 아니었다. 많은 대학생이 여당과 대통령에게 공약의 향방을 물었다. 경악스럽게도 그들은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낸 적이 없다며 발뺌을 하고 있다. 그토록 여러 가지 인터뷰와 기자 회견을 통해 밝혀 왔음에도 그런 일이 없다고 하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공약을 모두 지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투표하는 문화가 암묵적으로 깔려있다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하다. 그렇지 않아도 누구 하나 대학생들을 위한 공약을 걸지 않는데, 그나마 기대를 하게 했던 공약마저 없던 일이 돼버렸으니 말이다.
어떤 후보가 나오든지 간에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사실 그 약속을 어떻게 지켜낼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유권자가 투표할 때는 그 약속을 지키리라는 최소한의 믿음이 있기에 가능할 뿐이다.
이번 주 우린 또 한 번 대표자 선출을 위한 표를 던져야 한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23일부터 다음 연도를 이끌어갈 총학생회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총학생회 단일 선거운동본부인 ‘함성’에서도 등록금과 관련한 공약을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공청회를 통해 정책 자료집을 통해 학우들에게 그들의 공약을 지키겠노라고 약속했다.
등록금 문제를 가장 확실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정부가 등을 돌린 상태에서 총학생회가 어느 정도 등록금 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결정은 학우들의 몫이다. 정부가 우릴 지켜주지 않는다 하여도 적어도 성균관대 총학은 성대생을 지켜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