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프리즘 아트디렉터 유준수씨 인터뷰

기자명 박하나 기자 (hana@skkuw.com)

많은 사람들이 스치고 지나는 공간, 나를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도구, 때로는 넘치는 사람들로 짜증이 밀려오고 때로는 지루하고 무료한. 도심 속 대중교통이 예술작품으로 탈바꿈 했다. 버스라는 친숙한 공간 속에 피어난 낯선 예술은 무미건조한 사람들의 표정에 미세한 감정을 심어준다. 움직이는 갤러리, 문화예술버스에 탑승해보자.


 

■ 버스를 갤러리화 한다는 발상이 참신한데, 간단히 설명한다면
문화예술버스프로젝트는 2006년도부터 시작됐다. 승객들이 쉽게 예술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움직이는 갤러리’를 목적으로 공공미술프리즘이 주최하고 신성교통과 선우기획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신인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통해 그들을 발굴하고자 한다. 올해는 다시 탄생한다는 의미로 ‘생일’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했는데 그만큼 새로운 마음으로 소통하고자 했다. 더욱 쉽게 다가가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 공감, 추억 등을 소재로 삼았다.

■ 그렇다면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우리는 승객들의 반응을 알아보고 소통하기 위해 작품과 함께 엽서 크기의 메모장을 설치했다. 그곳에는 주로 작품에 대한 비평보다는 승객들이 작품을 보면서 떠오른 꼬리를 무는 생각들, 애틋한 추억과 같은 이야기들이 가득 새겨졌다. 조금은 생뚱맞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첫사랑 이야기를 적어놓은 분도 계셨다. 그것은 작가의 의도와는 달랐지만 우리의 의도와는 맞아떨어지는 결과였다.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난 순간부터 그것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가지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다양한 이동수단이 많고, 공간이 많은데 버스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지하철보다 버스를 더 좋아한다. 버스에는 아이의 손을 잡은 임산부,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학생들, 이어폰을 끼고 창문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일정한 대상이 아니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또 버스는 탁 트인 공간을 달린다는 점에서 마치 여행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편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공간에 상업 광고 대신 예술작품이 있다면, 버스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즐겁지 않을까 했다.

■ 문화예술버스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인가
버스는 사람들이 많이 접하는 일상 공간이면서 혼자서 버스 타는 일이 많은 만큼, 많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도 개인적인 공간이다. 그런데도 상업적 광고가 많고 도구적인 공간으로만 이용되는 것이 아쉬웠다. 그런 장소를 갤러리화 해 추억을 떠올리고 감상이 이어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완전히 아트와 같이 꾸며진 버스를 꿈꾸지 않는다. 그저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은 버스 안에서 그림이나 글을 통해서 예술을 접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우리가 대상으로 삼은 버스가 헤이리 예술마을을 목적지로 하는 만큼, 예술 마을을 향해 가는 그 잠시나마 감성적이고 아름다웠으면 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공간인 만큼, 프로젝트에 참여한 신인 작가도 유명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

■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서 느낀 점이 있는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 작가들의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게 됐고, 단순히 멋스러운 것만이 아니라 누군가를 감동시키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더 알리고 싶었고 어떻게 난해하지 않게 전달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버스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좋은 장소였기 때문에 소통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 집중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어떤 주제가 선정되든지 예술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대중과의 소통을 무엇보다 중요시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