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여성주의 (Feminism) 운동의 출발은 19세기 중반의 여성참정권 운동에서 비롯되었다. 하나님의 섭리가 인간의 자발적 판단과 행동에 우선한다는 중세적 세계관에 대하여, 여러 유혈혁명 및 무혈혁명을 통하여, 인간중심의 근대적 사회구조 및 정치구조가 이루어진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이러한 근대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에게는, 동일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근대적 인간에게 허용된 투표권과 같은 기본적 참정권조차 주어지지 않았으며, 이러한 차별적 근대체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곧 여성주의운동의 출발이었다. 

즉 여성주의는 인류역사발전의 성과가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차별 없이 적용되어야 하며, 또한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역사발전과정에 차별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휴머니즘, 즉 인본주의와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서구사회보다 더 깊이 여성들에 대한 여러 차별적인 사회 구조적 제도가 뿌리내리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학 내 여성운동은 평등사회 구현에 큰 기여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편 최근 들어 국내 대부분의 대학에서, 여성주의 운동 및 총여학생회의 활동이 크게 위축된 현상은 여러 가지로 많은 의문을 가지게 한다. 여성주의 운동의 출발이 사회 내에 뿌리내린 여성들에 대한 차별적 제도와 관행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최근 한국대학사회에서 여성주의 운동이 자연발생적으로 쇠퇴한다는 사실은 우리사회 최소한 우리대학사회에서 여성들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혹은 우리사회 및 대학사회가 소수집단 혹은 비주류집단의 차별에 점차 무관심해진 결과인가?

우리사회가 또 우리 대학사회가 과거에 비해 여성뿐만 아니라 소수집단 및 비주류집단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줄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에 따른 상당한 성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사회 그리고 우리 대학사회의 진정한 발전은,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제도적 차별 없이 자신의 능력을  실현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한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주의 운동이 불필요할 정도로 남녀평등이 이루어지려면 갈 길이 멀다. 당장 여성들의 근로권 및 참정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육아 및 유아교육과정에서 정부의 획기적인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형식적 제도로만 남녀평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가능하게 해 줄 실질적인 사회기반을 갖추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사회 및 대학사회에서 여성주의 운동의 역할은,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사회 및 대학발전에 차별 없이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