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차원의 행복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2006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수강한 과목은 탈 벤-샤하르(Tal Ben-Shahar) 교수의 ‘행복학’이었다. 수강생의 23%는 “강의 덕분에 삶이 변화했다”고 평가했고, 이러한 행복학은 사회 전반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오래전부터 인류가 궁금해한 행복의 비결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 행복학에 대해 알아보자.

 
행복학의 탄생
행복학은 기존 심리학의 성찰로부터 출발한 긍정 심리학에서 비롯됐다. 기존의 심리학은 주로 정신병, 부정적 심리 상태 등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요인들에 대해 연구해왔다. 이와 달리 긍정 심리학은 부정적인 정서보다 긍정적인 정서에 관심을 기울인다. 저마다의 장점을 발휘하고 행복을 증진하는 비결을 찾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행복학은 긍정 심리학에서 연구하는 긍정적인 상태를 △사회과학 △심리학 △의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렇다면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로는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해 심리학자 데이빗 리켄(David Lykken)은 긍정적인 태도와 노력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1936년부터 1995년에 걸쳐 4천 쌍의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행복 지수의 50%가량이 유전적 요소와 긴밀하게 관련돼 있었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유전적 요소를 제외하면 사람이 행복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변수가 행복 지수의 40~50%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행복에 이르는 노하우
행복학자들은 원만한 대인관계를 행복해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2002년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과 에드 디너(Edward Diener)는 행복한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성격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 조사 대상의 10%는 우울증의 증세가 거의 없었고 높은 수치의 행복감을 보였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현저히 다른 점이 있었는데, 바로 폭넓고 깊은 대인 관계였다. 그들은 가족은 물론 친구와도 강한 연대감을 형성했으며 혼자 있는 시간이 적었다. 이에 대해 에드워드 디너는 “행복해지기 위해선 친밀한 인간관계를 쌓을 수 있는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각종 매체에서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행복 비법들이 범람하는 오늘날, 서울대 김창민(서어서문) 교수는 “황금만능주의에 물든 잘못된 행복론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행복학자들은 흔하지만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일상에 감사하라’고 조언한다. 심리학자 소냐 류보머스키(Sonja Lyubomirsky)는 일주일에 한 번 시간을 내 감사한 일을 적는 ‘감사 일기장’을 추천하는데, 이는 이후 약 6주 정도 인생의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앞날이 더 기대되는 학문
현재 미국 클레어몬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는 행복학 석ㆍ박사과정이 개설됐고, 영국에는 고등학교 교과목으로 행복학이 포함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행복학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탈 벤-샤하르 교수의 강의를 글로 옮긴 책 『해피어』가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2008년부터는 서울대 김창민 교수와 윤원철(종교) 교수가 ‘행복학’ 강의를 시작했다. 또한 올해 초 서울대 심리과학연구소 산하에 행복연구센터가 설립돼 한국인의 행복 증진법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하지만 행복학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비학술적인 차원에서도 많은 담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이들이 전문성을 갖춘 정보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윤원철 교수는 “저마다 미시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행복은 그 주체인 인간이 그렇듯이 복합적인 문제”라며 “행복에 대해 융합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시도를 통해 실생활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부터 오늘날의 행복학에 이르기까지 행복해지기 위한 여정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계속돼왔다. 눈앞에 닥친 답답한 현실에 숨이 막힐 때, 그 어떤 학문보다도 현실과 맞닿은 학문인 행복학을 한번쯤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