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덕(문학평론가,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이번 성대문학상 소설부문 공모에는 총 16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응모 기간이 짧았다고는 하나 예년에 비해 적잖이 줄어든 셈이고 응모작의 수준도 고만고만했다. 물론 대학문예가 가장 첨예하고 새로운 문제의식을 던지고, 또 그럼으로써 본격문학을 넘어서는 가능성들을 보여주는 시대는 이미 아니다. 여기저기서 우리사회의 쇼비니즘과 무기력, 과오들을 오늘의 대학생들에 투사하는 이상 징후들이 나타나고, 20대를 공적화(公敵化)하거나 구제하려는 담론들이 비등해 있는 요즘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하기에 사회문제와 시대고(時代苦)를 앓고 있는 하나하나의 문재(文才)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매번 섬뜩한 재능을 기다리며 원고들 앞에 앉았을 때의 흥분 때문에라도 장처(長處)를 발견하려 힘쓰며 읽어나갔다. 
  이번 응모작들에서도 ‘미래를 위해 현재를 담보 잡힌’ 사회에 맞선 의식들이 적잖이 발견되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실제 삶의 학생들처럼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고, 사랑은 늘 잘되지 않았고 지리멸렬했다. 낭만적으로 그러한 것이 아니라 속악한 원인들로 인해 그러했다. 우화나 알레고리를 빌리거나 혹은 동화로 도피하여 문제의 형식 그 자체를 탐구해보려는 시도들이 많았던 것도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폐색감 때문일 것이다. 그 모든 것이 절실하게 느껴졌지만, 또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의 고민을 시대가 알고 있는 현상들, 알고 있는 언어들로 제시할 때, 그 작품은 새로운 것이 되기보다는 푸념이나 넋두리처럼 비취기 싶다.  
  심사자를 당황하게 한 두렵고 낯선 글들은 오히려 장르문학이나 새로운 문학적 장치들을 실험한 작품들 속에서 나왔다. 이인칭 ‘너’라는 쉽지 않은 소설적 장치를 세련된 단문과 자기 삶에서 구한 ‘성인식’이라는 소재를 통해 구성한「너의 막대사탕」, 중년남성과 젊은 여성의 연애라는 익숙한 소설적 소재를 다루는가 싶더니, 오히려 이를 뒤집어 어두운 가족사로부터 상처받은 한 여대생의 내면의식으로 옮아간「겨울날」은 모두 소설을 계속 읽도록 하는 ‘비밀’의 창조와 운용원리를 알고 있는 작품들이었다. 예술가소설의 형태를 통해 삶의 노곤함과 예술의 비의를 탐구하고 있는 짝패 소설「품」은 특히 잘 다듬어진 문장이 문학적 수련의 과정을 엿보이게 했다. 세 작품 모두 각자의 미덕을 갖고 있었지만, 소설을 통해 지향하거나 드러내려고 하는 비밀 자체는 평범하거나 오리무중의 것이었기에 심사자의 최종평가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상대적으로「엘 도라도」가 가장 돋보였던 것은, 이 작품이 가진 하드보일드식 문체와 소재적인 새로움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른 소설들에서는 찾기 어려웠던 세부 묘사의 생동감과 등장인물들의 내면 심리에 대한 묘사력 때문이었다. 소설이 인간의 열정과 삶의 비의와 같이 쉽사리 언어화/형식화할 수 없는 것들을 복합적으로 드러내는 장르인 한에서 개별 인물들의 심리와 세계상을 장르적 규약 속에서 녹여내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장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결말이 싱겁기는 마찬가지였는데, 각 인물이나 사건을 통해 최종적으로 얻은 삶의 가설이 조금은 허약한 것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이상과 같은 이유로「너의 막대사탕」과 「겨울날」을 가작으로 「품」을 우수작으로, 「엘 도라도」를 최우수작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결과가 아니라 가능성을 사는 것으로 내년의 성대문학상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기원해 본다. 더 깊고 넓은 정진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