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10년 동안 나를 선인장처럼 견실하게 키워준
옷가게를 닫아야 한다
같은 건물에 같은 계열사가
오아시스같은 브랜드 매장을
그랜드 오픈 한단다
그러니 우린 모래처럼 그랜드 클로즈
부모님은 이사람 저사람 붙들고
사정사정 했다가 사오정 취급만 당했다
 
구멍을 똥구멍으로 알고
중소를 개소로 알고
맘몬을 맘마로 아는
사막 같은 세상에서
단물 빨린 껌처럼
귀 뜯긴 사오정처럼
우리는 철수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철수들이 철수하고 있을까
그들은 어디로 갈까
 
철수야 사막은 어때
더 이상 부모님 등 위에 타지 말고
부모님 등에 선인장 하나 더 달지 말고
황금빛 황무지에서 바늘구멍보다 작은
낙타나 타면서 살자
 
설마 요즘엔
낙타도 푸른 돈 먹고 달리나
아님 검은 오일 먹고 달리나

 

 

수상소감 조성진(비교문화협동09)
엉성한 글인데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시를 읽은 모든 학우들과 수상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요즘 여러모로 청년들에게 어려운 시기인 것 같습니다. 우리를 슬프고 우울하게 만드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천성적인지 후천적인지 몰라도, 저는 슬픔을 그저 슬픔으로 우울함을 그저 우울함으로 표현하는 것은 싫어 합니다. 저는 아무래도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나 셰익스피어의 요릭과 같은 인물이 절망 중에서 전달하는 재치와 유머가 좋습니다. 저는 그렇게 이 시를 썼습니다. 제 시는 모두 빌려온 것들 입니다. 일명 짜깁기 시 입니다. 김소월 시인의 시에서 제목을, 국어 교과서에서 주인공을, 국어 사전과 신문 등에서 언어 유희를, 그리고 성경에서 사상과 이미지를 빌려왔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김원중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선생님 통해서 참 좋은 시들을 배웠습니다. 좋은 시란, 좋은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