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성대문학상 희곡 및 시나리오 부문 심사평
2010년 성대문학상 희곡 및 시나리오 부문 심사평
  • 성대신문
  • 승인 2010.12.02 11:25
  • 호수 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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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덕(문학평론가,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올해 성대문학상 희곡 및 시나리오 부문에는 총 7편의 시나리오가 응모되었다. 학교, 학원, 고시원, 술집을 배경으로, 사랑과 성(性), 야망과 절망을 다루는 작품들이 올해에도 주종을 이루었는데, 사회 분위기 탓인지 성 혹은 열정을 절취하는 사회에 관한 비판적 시선을 담은 작품들이 많았다. 어디에나 카메라가 있고, 어떤 일이든 ‘동영상’이 되는 시대이기에,  우리 시대의 영상들의 유통이나 대학생의 성(性)을 둘러싼 ‘장면’들을 자의식적으로 구성해낸 작품들이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소재들을 충분한 사건성과 생동감, 비판적 시선과 주제의식을 갖고 형상화해내어 심사자를 놀래킨 ‘낯선’ 작품은 없었다. 무엇보다 투고된 7편의 시나리오들을 읽으며 그것이 이미지화된 새로운 영화가 떠오르지 않았다. 영화화를 전제로 한 시나리오를 읽으며 영화화의 가능 여부에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인데, 대부분의 작품들이 청춘의 편린들이나 주변의 풍문들을 장면화한 소품들에 머물러 있었다. 낯익은 장면들이 낯익게 떠올랐다.  
그렇다고 해서 눈에 띈 가능성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편영화 분량의 두툼한 원고뭉치로 심사자를 설레게 한 <마녀>나 고시원이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군상들의 심리를 인물 간의 밀착된 물리적 거리 그 자체에 근거해 구성해 낸 <자기만의 방> 두 작품에는 각각 열정을 감당하는 성실성, 하나의 풍속지를 떠올리게 하는 ‘단편영화’가 내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사건들은 풍문이나 일상으로 존재하는 (그렇다고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소재로서 신통찮다는 뜻은 아니다) 익숙한 것이었고, 그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이도록’ 하는 재능은 발견치 못하였다. 상대적으로 살아 있는 대화문과 씬들의 적절한 배치기 돋보이는 <마녀>를 우수작으로, 삶의 주변에서 취한 소재를 사회적인 주제로 의제화하려는 노력이 깃든 <자기만의 방>을 가작으로 내놓기로 하였다. 필시 경험의 폭이 넓어진다면 더 나은 방식으로 재능을 꽃피울 수 있을지도 모르리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흔히 희곡과 시나리오를 절반의 문학 혹은 반(反/半)이라고 이야기하듯이, 시나리오라는 장르에서 문학의 몫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이미지를 조직하는 것이 일단은 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나리오라는 장르에 장황한 심리 묘사나 작가의 개입, 눈에 보이는 주제의식, 대화문의 지나친 조탁이 있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런 일은 영상화를 돕는다기보다는 것은 영상의 몫을 언어로 탈취하는 편법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작자의 의도와 내용 전개에 인물들을 끼워 넣기보다는 인물들이 스스로 말하고 움직이게 하는 일이 시나리오의 형상화 법칙이 아닐까. 시나리오의 성패는 사건과 대화들이 얼마나 풍부한 상상력과 그에 합당한 결구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러면서도 문학적 상상력과 격조를 해당 장르의 규칙 안에서 잘 획득하고 있는지 하는 점에 있을 것이다. 더 정진해 심사자의 좁은 소견을 깨어주는 사건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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