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독서교육 들여다보기

기자명 유정미 기자 (sky79091@skkuw.com)

사회는 책 읽지 않는 우리 세대에 대해 우려한다. 인문학 고전·교양서들이 아닌 판타지소설 『해리포터』를 읽고 만화 『식객』을 탐독하는 대학생들은 이미 독서 편식가가 된 지 오래다. 올해 실시한 ‘전국 대학생 의식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은 2.5권으로, 지난해 3권이었던 것에 비해 0.5%가량 줄어들었다. 한 달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17.1%로 지난해와 비교할 때 약 6% 정도 증가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독서량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대학은 자체적으로 학내 독서증진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숙명여대에서는 ‘인문학 독서토론’과 같은 교양 과목을 신설하는가 하면 전남대는 ‘다독다독(多讀多督)’이라는 이름의 독서토론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각 대학의 도서관에서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대학이 도서전시회를 열거나 정보활용교육을 시행하는 등 여러 행사를 펼치고 있다.
특히 우리 학교 학술정보관(관장:김현수 교수ㆍ기계)은 작년 2학기부터 독서문화진흥운동인 ‘五車書(오거서) 운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는 독서활동계획을 발표한 후 독서노트를 작성하고 서평을 게재하는 것을 주요 활동으로 한다. 현재 △교육/학교 △경제/비즈니스 △문학/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 여름방학에서는 ‘과학과 문학, 자연과 역사가 만나다’라는 이름의 독서테마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외에도 소셜미디어를 운영하거나 모바일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학우들의 독서량 향상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초창기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남지민(중문09) 학우는 “책읽기를 좋아하는 학우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지속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몇 대학에서 시행하는 독서프로그램과 관련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과도한 독서 장려가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경희대 정경대 이은혜(언론정보05) 학생회장은 학교 측에서 마련한 독서 교육 프로그램인 ‘에피스테메(Episteme)’의 운영방식에 반발해 단식 투쟁을 벌였다. 이는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한 목적으로 1년 동안 △자기추천도서 1권 △전공필독서 4권 △지정도서 7권 총 12권을 읽고 독후감을 써내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정해진 기간 안에 독후감을 제출하지 않으면 △장학금 신청 △정경대 교육 프로그램 지원 △졸업 등이 불가할 정도로 제약을 받기 때문에 학생회 측은 이를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 학생회장은 “독서에는 강압적인 제도나 불이익이 따르면 안 된다”며 “독서를 한 학생들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나 단순히 독후감만 제출하고 끝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미나 개최, UCC 제작, 토론대회 등의 방식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는 학교 측과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각 독서 목록의 영역을 확대했고, 1학년 필독도서를 4권으로 축소한 후 내년까지 독후감 제출 시한을 연장한 상태다.
대학생들의 독서 편식 현상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청한 독서 관련 전문가는 “요즘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를 탐독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문학의 위기라고 말하거나 이를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 지적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인하대에 재학 중인 김동천(국제통상09) 학생도 “최근 대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여러 정보를 얻고 있기 때문에 인문학 고전을 많이 읽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소설이나 만화,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이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강대 김태훈(국제문화계10) 학생은 “학교에서 과제로 내주는 텍스트 분석이 독서 습관을 길들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학생들의 주체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학의 독서 증진 정책이 많은 부분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책꽂이에서 스스로 책을 뽑아 펼칠 수 있는 주체적인 독서 문화가 확립돼야 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