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티아고 가는 길, 34일 간의 도보여행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스페인 북서부의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생소하기만 한 이 도시는 매년 수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이유인즉슨 야고보 성인의 무덤이 있다는 산티아고 대성당을 보려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을 Camino de Santiago, 즉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고 한다.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은 여럿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이 피레네 산맥 동쪽에서부터 시작하는 ‘프랑스 길’이다. 프랑스의 생장(St. Jean Pied de Port)에서부터 시작하여, 목적지인 산티아고까지는 800km. 그 길을 두 발로, 혹은 자전거로.
그 길 위엔 공식적으로 지도가 없다. 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산티아고를 향하고 있는 노란 화살표와 조개껍데기 표식만을 따를 뿐이다. 길의 형상을 하고 있지 않은 수많은 길들과, 어쩐지 잘못된 방향인 것 같은 길들 앞에서 순례자들을 이끄는 것은 ‘노란 화살표’이다. 새벽 일찍 출발하는 날에는 깜깜한 시골길에서 손전등 불빛 하나에 의지해, 노란 화살표부터 찾는다. ‘두리번 두리번’ 화살표를 잃었을 때의 순간적인 암담함은 사람을 아주 작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화살표를 다시 찾았을 때의 안도감은 ‘나는 지금 제대로 된 길로 아주 잘 걷고 있어!’라는 작은 뿌듯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산티아고를 향해 걷고 걷던 34일, 언제나 내 앞에는 그리고 뒤에 혹은 옆에는 항상 노란화살표가 있었다. 난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언제나 나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길다고 하면 긴 나의 여름 방학 중 48일을 스페인에서 보내고, 개강에 맞추어 한국에 돌아온 지 벌써 한 달이 넘고 두 달이 되어간다.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매 학기 그랬듯 과제가 쏟아지고 시험에 피 말라 하면서 지내야 할 나의 빡빡한 일상이다. 그래도 지난 학기와 다른 것이 있다면, 그저 힘들고 지치는 하루하루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의 마음속엔 그 길 위에서 나도 모르게 품어버린 노란 화살표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언젠가 자신의 삶의 목적지를 정하게 된다. 그런데 그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길라잡이가 없다면,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너무 고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노란 화살표는 있다. 다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이리라.

 한리라(국문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