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섬유부터 크로믹 섬유까지 모든 분야 아울러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201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의 1인당 섬유소비량은 10.7kg. 겨우 한 사람이 10kg이 넘는 섬유를 걸치고, 덮고, 썼던 셈이다. 또한 작년 OECD 국가의 평균 소비량은 19.4kg으로 선진국화될수록 섬유 소비량이 크게 늘어난 추세를 보였다. 쓰면 쓸수록 더 소비하게 되는 섬유의 비밀은 무엇일까?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 중인 섬유의 매력 속으로 초대한다.


섬유가 걸어온 길
섬유의 시초인 천연섬유에는 흡습성이 좋은 면, 식물의 줄기나 껍질을 원료로 만들어지는 아마포, 보온성이 뛰어난 울(Wool) 등이 있다. 이 천연섬유로 언제부터 옷을 짓기 시작했을까? 일 만 년 전 신석기 시대의 마직물이 스위스의 듀엘로 호수에서 발견되면서 섬유와 함께한 인류사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또한 이집트 미라의 붕대가 염색된 아마포임이 밝혀져 석기시대 이전부터 마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일 만 년여 전부터 인간의 몸을 보호하고 멋을 내도록 도운 천연섬유는, 19세기 후반 일대 혁명의 바람을 맞았다. 이는 바로 최초의 인조섬유 레이온의 탄생으로,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공업화와 함께 인조섬유의 시대가 열렸다. 그 후 1938년이 되어서야 최초의 합성섬유 나일론이 발명됐다. 오늘날에는 △바닐론 △스판덱스 △폴라폴리스 등 다양한 인조섬유 덕택에 섬유의 활용 가능성이 훨씬 넓어졌다. 한 섬유가 두루 쓰이다가 점점 그 쓰임에 맞는 전문적인 섬유들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답고 몸에 해롭지 않은 소재를 개발함에 그치지 않고 자외선 차단 섬유, 초극세 섬유 등 독특한 목적을 지닌 섬유들이 현재 연구 중에 있다.

형형색색 카멜레온 섬유
보다 전문적인 현대 섬유들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섬유는 주변 환경에 따라 색이 스스로 변하는 크로믹 섬유다. 이 섬유는 색이 고정돼 있지 않고 변해 일명 카멜레온 섬유로도 불리며, 여러 산업뿐만 아니라 패션계에서도 이 점을 높이 사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종류에는 △서모크로믹 섬유 △솔베트크로믹 섬유 △포토크로믹 섬유 등이 있다.

주변 기온이 바뀌면 빛깔도 변하는 서모크로믹 섬유는 적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발명됐다. 온도가 낮으면 어두운 색으로 변하며 열을 많이 흡수해 몸을 따뜻하게 유지시키고, 기온이 높아지면 밝은 색상으로 변해 열을 방출한다. 이 섬유에는 색소와 발색제, 그리고 색을 없애는 소색제가 든 마이크로캡슐이 부착돼 있다. 더울 때는 소색제의 색소가 녹아 유동성을 띠기 때문에 발색제와 결합하지 못한다. 하지만 추울 때는 소색제가 굳어져 생긴 공간에서 색소와 발색제가 만나 새로운 색이 발현된다. 서모크로믹 섬유는 주로 스키복에 사용된다.
습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솔베트크로믹 섬유는 표면에 발라진 이산화규소와 색을 내는 펄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건조할 때는 이산화규소가 빛을 반사하지만, 습해지면 투명해지므로 펄이 색을 낸다. 보통 수영복에 많이 쓰이는 솔베트크로믹 섬유는 물에 잠기면 다른 색으로 변한다. 포토크로믹 섬유는 자외선의 밝기에 따라 시시각각 색이 달라진다. 자외선을 받으면 섬유 내 전자가 이동해 분자가 이온으로 변한다. 이온으로 변한 분자의 색소가 빛을 만나 다른 색을 내는 것이 그 원리이다. 이 섬유는 자동차 유리, 안경 등에도 특히 많이 사용되는데, 실내에선 투명하지만 자외선을 받았을 때 진한 색으로 변해 자외선을 차단한다.

체온과 주변 환경에 따라 변하는 크로믹 섬유는 매일 날씨에 맞춰 저마다 다른 빛을 내 눈을 즐겁게 만든다. 이뿐만이 아니라 옷을 입은 사람의 생체 정보와 주변 환경를 알리며 차세대 스마트 섬유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팔방미인 섬유 시대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나뭇잎과 모피를 사용할 때부터 저절로 색이 바뀌는 크로믹 섬유의 발명까지, 인류의 역사는 섬유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쓰임새 또한 단순히 멋을 내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토목 공사에서 쓰이는 토목 섬유 매트는 부직포와 함께 쌓여 지반 침하를 막고, 혈관을 대체하는 용도로 쓰이는 의료용 섬유는 섬유의 한계를 가늠할 수 없도록 만든다. 플라스틱, 금속, 콘크리트까지 대신하는 오늘날의 섬유 덕택에 세계의 1인당 섬유 소비량은 앞으로도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