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석(수학)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고등학교 시절에 영어공부를 하거나 대학에서 영어 단어의 이해를 위해서는 어원(etymology)이 중요하다는 점을 많이 느낄 수 있다. 여러 문헌에서 영어 단어의 절반 이상이 라틴어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마치 많은 경우에 한자가 우리나라 말의 어원이 되는 점과 동일하다. 로마의 멸망 이후에도 근대에 이르기까지 라틴어는 서양의 외교문서, 학술용어, 종교생활 등에 사용되며 반 공용어로 역할을 담당해 왔다. 또 근대와 현대에 이르러 다양한 학문이 발달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학술용어의 생성과 명명에 라틴어가 사용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근대 과학의 아버지인 뉴턴도 많은 저작을 라틴어로 남겼으며 데카르트나 베이컨 같은 학자들도 라틴어로 저작을 기술하였다.
한자를 잘 모르면 우리말을 이해하기에 불편하듯이 라틴어를 모르면 영어의 단어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영어에서 라틴어로 표현된 단어들을 우리는 많이 알지만 그 유래가 라틴어인지 인지하지 않고 사용할 뿐이다. 예를 들면 “exit” 이라는 단어도 라틴어 문장이며 뜻은 영어로 “He/She goes out”을 의미한다. 풀어서 설명하면 “ex”는 “out” 이란 뜻을 가진 라틴어 접두어이고 가운데 “i” 는 ”go”를 의미하고 마지막에 “t”는 3인칭 단수를 뜻한다.  또 다른 예를 들면 “student”라는 단어는 앞 부분인 “studeo”라는 말(열정을 가지고 하다)과 “ent”라는 어미(~하는 또는 ~하는 사람)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이다. 따라서 “student”의 뜻이 열정을 가진 사람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우리말의 학생(學生)과 영어의 student는 동일하게 사용되지만 말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의미가 상이하다.
두 가지 예를 보면 한자처럼 라틴어도 구성요소의 결합으로 단어의 의미가 생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이한 점은 라틴어는 구성요소 모두에게서 소리가 나며 한자는 구성요소 중 하나에서 또는 종합해서 소리가 난다. 한자로 된 단어를 한글로 표현했을 때에는 음절이 나타내는 한자를 상상해야 단어의 뜻을 이해하기 쉽지만 라틴어에서 유래한 영어 단어는 단어의 구성요소에서 직접적으로 의미가 전달되어 단어의 뜻을 더욱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교육과정에서 영어 단어의 어휘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라틴어와 그리스어 어원의 구성요소들을 많이 가르치며 대학과 대학원 진학을 위한 시험에 많이 출제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영어 독해를 할 때 어려운 점의 하나는 동일한 단어일지라도 문장에서 문맥에 따라서 단어의 해석이 상이해지는 점을 들 수 있다. 영어 단어의 근원적인 의미를 이해한다면 문맥에 따른 해석상의 차이가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영어 단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라틴어 단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주로 상품명에서 많이 있다. 예를 들면 휴대폰 이름에서는 옵티머스(optimus, 실제 발음은 옵티무스)와 옴니아(omnia)가 있다. optimus는 good(라틴어로 bonus)의 최상급 표현(아주 좋은)이며 omnia는 모든 것(all things)이라는 의미이다. 또 다른 예는 자동차 이름에서 많이 있는데 에쿠스(equus)는 말(馬), 매그너스(magnus)는 “위대한”을, 스텔라(stella)는 별을 의미한다. 박사학위를 나타내는 Ph.D.도 Philosophiae Doctor라는 라틴어의 줄임말이며 석사학위를 나타내는 M.A.도 Magister Artium이라는 말의 줄인 표현이다.
점점 학생들에게 국제화에 필요한 자질을 요구하고 있으며 영어의 습득을 피해갈 수 없다.  영어를 잘하는 비결은 많이 있겠지만 우리말을 잘하기 위해서 한자를 열심히 해야 했듯이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라틴어를 배우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학생들에게 라틴어 학습을 권고한다. 우리학교에서는 라틴어 수업이 가을에 한 과목 개설되므로 수강해 보는 것도 대학생활의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