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은혜 편집장 (amy0636@skkuw.com)

학점이 좋든 좋지 않든 성적공시가 되는 순간, 평점을 확인하려 페이지를 여는 마음은 성대생 모두 같을 것이다. 본인이 지난 학기를 어떻게 보냈던지 좋은 성적을 받길 바라는 심정이 아닐까. 그리곤 이 성적에 만족할 수 없다며 뻔뻔하게 성적에 이의제기를 해본다. 하지만 1년 전 한 교양과목은 정말 낮은 성적에도 필자를 그 성적에 만족하게 만들어버렸다.
우리 학교 학부생은 유교 관련 교양 과목을 반드시 2학점 이상 이수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유교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유학과 자연과학’이라는 과목을 하나 수강하게 됐다. 매주 발표와 질문 그리고 교수님의 강의로 이뤄지는 수업은 큰 어려움 없었다. 그러던 중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왔다. 이 강의는 예외적으로 중간고사를 보지 않았지만 중간고사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문제의 사건은 여기서 일어난다. 강의가 수요일 오전에 있었던 만큼 오후에 시험을 앞둔 학생이 많았고 출석하지 않은 학생도 많았을 뿐 아니라 출석을 했더라도 몰래몰래 개개인의 시험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평소와 같이 발제자가 발표하고 질문을 받았지만 시험으로 어수선해진 학우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는 듯 했지만 강의 시간 10분을 남기고 교수님은 “정말 실망했다”라며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유학을 배우러 모였다는 우리에게 가장 주변의 다른 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다는 것이 요지였다. 과거에 비해 해외 혹은 외부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은 늘었지만 정작 바로 앞에서 발표를 하는 이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도 지키지 않는 우리를 향한 말씀은 구구절절이 옳았다.
실제로도 그렇다. 방학이 시작되면서 해외로 봉사를 나가는 친구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기업에서 후원하든지 자비를 통해 가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외국에 나가는 것이다. 물론 순수하게 봉사에만 뜻을 두고 가는 학생들도 많겠지만 사실 해외봉사가 이력서에 한 줄 더 쓰기 위한 수단이 된지는 오래다. 이를 인식한 듯 여기저기 기업에서 대학생을 상대로 한 해외봉사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외에도 봉사 동아리, 봉사 단체에 여기저기 참여하는 이는 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이웃 간의 단절, 주변인에 대한 무관심 문제는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필자 역시 그 수업시간에 다음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음이 급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었지만 무의식적으로 무언가 잘못된 행동임을 느꼈기 때문인지 교수님의 “도리를 지키지 못했다”는 한 마디는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둘러보니 필자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랬다. 주변 가장 가까운 곳의 가족, 친구들, 함께 수업을 듣는 학우분, 교수님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밖으로만 소외된 이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큰 그림에만 집중하는 것이 당연해지기 전에 사소한 부분부터 작은 일부터 차근히 다시 돌아보는 여유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