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지(문정09)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시민적 무관심. 보행자들이 서로를 재빨리 훑어보고 가까워짐에 따라 눈길을 외면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사회학용어이다. 언뜻 들으면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는 상대편을 무시해 버리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상대편에게 상대편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음을 내비치는 것과 동시에, 단지 너무 무례하게 보일지도 모른단 생각에 계속 쳐다본다거나 눈에 띄는 행동을 피하는 것이다. 이는 바로 평생을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며 우리 스스로 자연스레 배워온 하나의 예의인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 시민적 무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자신을 빤히 응시하는 타인의 시선에 우리는 대개 불쾌감이나 두려움, 부끄러움 같은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사실을 알기에, 대부분의 경우 시민적 무관심을 잘 실천한다. 하지만 모르는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서 이 시민적 무관심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엔 그 사소한 배려의 대상 조차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전국 통산 2,246,965명. 바로 장애인들이다.
어제 오후, 나는 여느 때처럼 4호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옆에는 전동휠체어를 탄 젊은 남자가 있었는데 그도 역시 지하철을 기다리는 듯 했다. 곧 지하철이 도착했고, 평소 같았으면 가장 먼저 지하철에 올랐을 테지만, 나는 그 젊은 남자를 위해 한 켠으로 비켜섰다. 그를 위한 배려는 절대 아니었다. 단지 혼잡한 중에 그의 휠체어와 다리가 엉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하철 안은 이미 꽤 많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그리고 지하철에 그 젊은 남자가 타는 순간, 그를 볼 수 있는 거리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쏟아졌다. 바로 그와 그의 휠체어로.
일제히 쏟아지던 사람들의 그 시선이 동정의 눈길이었는지, 호기심의 눈길이었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여느 평범한 지하철 승객에게 쏟아지는 눈빛이라 보기엔 확실히 이상했다는 것이다.
혜화에서 그가 내리기까지, 5분 남짓의 시간 동안 몇몇 사람들은 끝까지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휠체어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오지랖 넓은 승객도 있었다. 저 시선들이 나를 향한 것인 양 나는 왠지 얼른 그 자리를 피하고만 싶은 기분이었다. 조심스럽게 지하철 창문에 비친 그를 살폈다. 이미 수도 없이 겪어본 일인 듯, 내가 느낀 그 불쾌한 감정들은 그의 표정에선 전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그 시선을 그가 몰랐을 것 같진 않다. 어쩌면 그 5분 남짓이 그에게 다섯 시간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지하철을 타기 위해 몇 번의 용기를 내야 했는지도.
동정의 ‘눈길’이라 포장하지도 옹호하지도 말자. 동정의 ‘눈길’이란 건 없다. 동정의 ‘손길’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쯤은 생각해보자. 동정이란 근사한 포장을 한 당신의 그 눈빛이 그들에겐 무관심보다 더 잔인할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