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희연 기자 (ohyeah@skkuw.com)

나는 천성이 게으르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이 너무 좋았다. 인생 중 가장 힘든 시기라는 고3 시절에도 뭣 하나 치열하게 파고든 적이 없었다. 부모님은 이런 나에게 한 번쯤은 독해보라며 항상 핀잔을 주셨더랬지. 하지만 나는 공부에 대한 열정이 생기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수능공부에 대한 열정. 언어영역에서는 글을 빨리 읽고, 출제자의 의도에 맞게 정답을 고르고, 수리영역에서도 기계적으로 문제를 빨리 풀어나가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었다. 하지만 나는 글도 엄청 느리게 읽었고, 하나의 주제에 관해서도 온갖 망상과 잡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공부에 흥미를 잃고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았다.
대학에 와서도 이런 식으로 나의 반년을 보냈다. 그때그때 나오는 과제에 치이는 것 외에는 사람들과 술 마시고 놀고 밤새서 드라마를 정복하는 뭐 그런 식.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인생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물론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모토로 이제껏 살아왔던 나였지만, 이대로는 절대 김희연의 '진보'는 있을 수 없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드린 게 바로 성대신문.
아 그런데... 너무 힘든 거다. 그 주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자기 스스로 모든 정보를 끌어모으고, 그것을 재배열해서 정리하고 이해하는, 말 그대로 '전문가'가 돼야 하고, 그에 관계된 사람들을 만나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또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다방면에서 바라보면서 분석해야 한다. 또 마지막으로 소화한 모든 것을 논리정연하게 따져가며 기사를 써야 한다. 또 다른 기자가 쓴 글에 대한 피드백도 해야 한다. 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과정인가.
그러나 동시에 이 얼마나 발전 촉진제인가. 이것이야말로 '산교육'이며 '자기주도학습'의 결정판이다. 어디서 이런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성대신문에 온 지 7개월이 흐른 지금, 나는 내가 얻고자 했던 거, 내가 어딘가 부족하다 싶었던 몇 프로를 채웠다고 자부한다. 고등학교 때 '해야만 해서' 했던 그런 공부가 아닌,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 뭐든지 빨리빨리 읽고 핵심을 뽑아내야 했던 글들이 아닌, 최대한 꼼꼼히 읽고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많은 생각꺼리를 뽑아내야 하는 글들. 그리고 매일매일 나 자신을 채찍질하게 만드는 너무나 능력 있고 성실한 신문사 선배와 동기들.
비록 모든 게 처음인데다가 매일 시간에 쫓겨 힘들지만, 빽빽한 일정과 수시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지저분하게 변한 내 수첩을 보면 뿌듯하기만 하다.
뒤늦게 느낀 공부의 재미에 감사하며, 모자라고 모자란 김희연은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