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문턱없는밥집 대표살림꾼 심재훈 매니저

기자명 양명지 기자 (ymj1657@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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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집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한국사상연구회라는 학회에서 문턱없는밥집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됐다. 어느 날 갑자기 민족의학연구원 원장님이 “네가 필요하다”고 하셔서 한 달 정도 고민을 했다. 당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밥집 근무 시간이 지금보다 길고 급여도 적어서 망설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밥집도 충분히 사회복지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일하기로 결심했다.
■ 대학에서 철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사회복지학도 공부했다고 들었다. 여러 분야에 대한 배움이 밥집 운영에 도움되는 점이 있다면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 덕에 밥집 운영에 있어 나름의 철학이 있다(웃음). 오늘날 문자 문맹은 적지만 식문화에 있어서는 문맹자가 굉장히 많다. 자본주의 논리하에 남들보다 많이 벌어서 좋은 것을 더 많이 먹어야 된다는 것만 배우지 진정 건강한 음식은 무엇인지,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누구의 손을 거쳐 왔는지는 모른다. 또 나만 건강하게 먹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한쪽에선 많이 먹어 죽고 다른 한쪽에선 굶어 죽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건강한 식문화에 대해 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학교와 가정에서 어릴 적부터 먹거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 밥집 운영에 있어 가장 주력하는 점은
개인적ㆍ국가적 차원 모두에서 식량 주권을 확립하는 것이다. 현재 WTO는 유전자조작 식품 사용 표기에 대해 구체적 규정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이를 배척하고 친환경 식품을 이용해야 한다. 또 다국적 기업의 횡포에 맞서 농약과 비료 사용을 줄이고 유기농 재배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너무 이상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07년부터 계속 이어오고 있는 만큼, 우리를 벤치마킹하는 곳이 점점 늘어났으면 한다.
■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한계가 있지 않나
본 재료의 맛을 살리려 애쓴다. 처음엔 손님들도 낯설어하지만 점차 우리 집 음식에 익숙해지면 다른 데서는 못 먹는다. 화학조미료를 많이 사용하는 다른 밥집들과는 다르게 우리 집 음식을 먹으면 속이 편하고 알레르기 걱정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손님들 중에는 △노숙자 △무직자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많다. 이분들은 사정상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가게에서는 미리 양해를 구하고 무료로 드신다. 그렇다고 계속 무료 식사를 하는 게 아니라 후에 여유가 생기는 대로 밀린 밥값을 치르기도 하고 직장을 구한 뒤엔 비교적 많은 액수를 내실 때도 있다. 또 가족이 함께 와서 식사한 뒤 아이가 깨끗이 비운 그릇을 들고 “엄마, 나 지구를 살렸어”라고 소리치며 좋아한 적도 있다. 이렇듯 우리 집 음식을 통해 손님들이 힘을 얻거나 뿌듯함을 느낄 때 나 역시 보람을 느낀다.
■ 좋은 식재료를 쓰는 데도 제값을 받지 못하면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많은 매체들이 자본주의 관점을 들이대며 재정적 어려움에 대해 묻는다. 하지만 저녁에는 일반 식당처럼 영업하고, 점심에도 저마다 형편껏 값을 치르고 가기 때문에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다. 이런 시각보다는 대안적인 식문화 창출과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 주목해 줬으면 좋겠다.
■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마포도농네트워크에서 이 지역 텃밭들을 이용해 실험적이나마 농사를 지어볼 계획이다. 노동을 해도 밥 먹고 살기가 힘든 우리 사회에서, 도시 주민도 농사를 지어야 한다. 물론 작물 재배는 도시 미관을 고려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로컬푸드를 통해 자연을 지키면서 자연스레 지역 공동체 형성도 기대해 본다. 또 앞으로는 더 많은 프랜차이즈들의 자립을 지원해서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하고 이윤을 지역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