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불안

기자명 황보경 기자 (HBK_P@skkuw.com)

새내기 A는 과제를 하러 학술정보관에 간다. 그런데 이유 모를 불안감이 고개를 든다. 내가 지금 찾고 있는 책이 과제에 쓰기 적절한 것일까? 책이 너무 많아서 혼란스럽다. 사서 선생님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어디 계시는 건지, 어떤 방법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주변의 학생들은 자리에 앉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나만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것 같아 창피하다.

위 예시에 공감이 가는가?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도서관이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도서관 이용 시 △두려움 △무력감 △혼란 등과 같은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현상을 도서관불안이라고 한다.
도서관불안이라는 개념은 1986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6천 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85%에 달하는 학생이 도서관에서 심리적 불안감을 느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것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직결된다는 것이다. 이후 도서관불안을 측정하는 척도인 LAS(Library Anxiety Scale)가 개발되는 등 문헌정보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됐으며 한국에 도입된 것은 2000년대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06년 중앙대 문헌정보학과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 역시 참여 학생 3백 6십 명 가운데 3백 6명, 즉 85%에 달하는 학생이 도서관 이용에 불안감을 나타냈다.
한국의 도서관불안 측정 척도인 K-LAS는 불안 유발 요소로 △과제 및 연구 요소 △도서관이용 및 지식 요소 △도서관 직원 요소 등 6가지를 꼽는다. 앞서 말한 A학우의 상황 중 사서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 하는 부분이 도서관 직원 요소에 해당하는데, 2006년 상명대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6요소 중 도서관직원 요소가 가장 큰 불안감으로 작용했다. 즉 사서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직원이 바빠 보여 선뜻 도움을 요청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요소들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국내 연구 결과는 도서관에 대한 지식 부족을 첫 번째 원인으로 지목한다. 도서관 이용 빈도나 학년의 차이는 도서관불안 정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도서관 이용 교육을 받은 학생일수록 도서관불안의 수치가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이는 도서관 이용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불안을 해결하는 방안임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 학교 학술정보관에서는 매주 도서관 이용 교육이 진행되며 수업과도 연계해 학부생, 대학원생에게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노력 중이다. 중앙학술정보관(관장:이은철 교수ㆍ문정)의 계장이자 사회과학ㆍ예술학부 주제담당 남민석 사서는 “실제 학생들이 도서관에 들어와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잘 모른다”며 “자료 검색 시 책과 논문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모르는 경우엔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 조언하며 “소속 학부마다 주제담당사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도서관불안은 쉽게 의식할 수 없기에 일상에서 흔한 불편함으로 생각하고 지나치기 쉽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의 모습을 한 번 되돌아보는 것이 어떤가? 순간의 불편함으로 치부해버렸던 것이 언제, 어떤 피해로 나타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