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믈리에

기자명 차윤선 기자 (yoonsun@skkuw.com)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한 여인이 있다. 아무리 혼자 고민을 해보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상담을 받아 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마음의 위로를 얻기 위해 서점에 찾아갔다. 그러나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막막하다. 수많은 책을 하나하나 볼 수는 없는데 어쩌면 좋을까?



이제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 “기욤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읽어 보시는 건 어떻겠어요? 이 책은 사랑과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소설로, 소중한 시간을 되돌아보죠.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에요”라고 말해주는 ‘책 소믈리에’가 있을 테니.
듣기에 다소 어색한 책 소믈리에는 책과 소믈리에를 융합한 신조어다. 와인을 고객의 취향과 기분에 따라 골라주는 소믈리에처럼 책 소믈리에는 서점을 찾는 고객의 △개성 △성향 △취향 등을 고려해 책을 추천해주는 도서 전문가를 의미한다.
최근 들어 책 소믈리에가 부쩍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책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낮아진 세태를 비롯해서 생겨났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2010 국민 독서 실태조사’ 결과, 성인의 연평균 독서율이 65.4%로 집계됐고 이는 재작년 수치보다 6.3% 줄어든 수치이다. 이렇게 계속된 독서 퇴조 상황에서 독서량도 늘리고 출판계도 부흥하는 방안이 필요했고 결국 고안해 낸 것이 책 소믈리에였다. 이로써 독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을 수 있고 출판계는 수요가 늘어나는 일석이조를 맛볼 수 있게 됐다. 해가 갈수록 독서 인구는 줄어드는 시점에서 책 소믈리에가 한줄기 희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책 소믈리에는 특히 이웃 나라 일본에서 뚜렷한 활동을 하고 있다. 중소서점가를 시작으로 이들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일본의 책 소믈리에는 책을 선뜻 집지 못하고 두리번대는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고객 상황에 맞는 책을 추천한다. 이는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어 일본의 중소서점가가 점차 살아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책 소믈리에들이 현재 서점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에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서점을 찾는 사람들 중 그들을 직접 마주한 이는 많지 않다. 책 소믈리에의 수가 무척 적을 뿐 아니라 일본의 경우처럼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인지도 또한 낮다. 교보문고에서 ‘북 마스터’로 불리는 양경미 직원은 “실질적으로 책 추천을 원하는 고객은 하루에 많아야 5건 정도이다”라며 “고객 대부분이 선물 도서를 고를 때 북마스터를 찾는다”고 덧붙여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책 소믈리에가 늘어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권의 신간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들은 독자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인도자임이 틀림없다. “인생의 지침이 되는 책을 권해 주자는 의미에서 북 마스터를 기획하게 됐다”는 교보문고 정길정 브랜드 홍보 파트장의 말처럼 책 소믈리에가 서점의 소금 같은 존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