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철학08)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개강이 며칠 남지 않은 학교를 방문 했을 때 중앙학술정보관의 공사는 도저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답답하고 불편했던 지난 학기를 떠올랐다. 이 불편을 새 학기에도 감수해야 하다니. 불편함이 분노로 변하면서 얼마 전 겪었던 일화가 떠올랐다.
중요한 메일을 개봉하기 위해 아침부터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인터넷이 먹통이 된 것이었다. 종종 있던 일이라 항의하기 위해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업체 측은 장애를 일으킨 점을 사과하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복구해주기로 하였다. 또한 복구 시점까지 이용요금은 면제해 주기로 하였다. 이용하지 못했으니 사실 이용요금이란 표현도 잘못된 것이다. 안 썼으니 안 받는 것이다.
인터넷도 못 쓰게 되면 못 쓴 것에 대해 요금을 요구하지 않는데, 성균관대 인사캠퍼스 중앙학술정보관은 어떠한가? 애교심만으로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에 대해서 나는 여전히 의문을 갖게 된다. 지난 학기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학교의 조치는 충분히 이해한다. 부족한 열람실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관, 수선관 등 임시 열람실을 많이 개설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노력들이 아쉽게도 학우들은 평상시에 자리 잡기 힘들 정도로 불편했으며, 시험 때는 아예 학교에서 공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본인 같은 경우는 학교 근처 카페를 전전했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공부할 곳이 없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혹시 성대는 사이버캠퍼스인가?
그러나 여기서 간과된 더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대학도서관의 기능이 과연 열람실인가? 나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도서관의 본질은 언제나 책이다. 열람실은 서고에서 책을 바로 꺼내 볼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의자와 책상만 길게 있는 곳은 그저 무언가를 읽는 곳이지, 도서관이 아니다. 서고에서 책을 열람하지 못한다면 그 도서관은 절름발이나 다름없다. 현재 리포트를 쓰기 위해 참고 도서를 사용하려면 무조건 빌려서 들고 나가야 한다. 단지 잠깐 참고할 도서라도 말이다. 위에서 지적했듯 무겁게 책을 들고 나가도 앉을 자리 찾기는 쉽지 않다.
공사 기간에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단지 운이 없는 것일까?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의 애교심을 학생들에게 강요할 만큼 학교는 학생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가? 3%의 등록금 인상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합리적 지성인으로 양성되고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계산은 바로하자. 사용하지 못했으니 못한 만큼 돌려 달라. 그리되면 혹시 알겠는가? 학교발전기금을 기꺼이 기부하게 될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