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윤선 기자 (yoonsun@skkuw.com)

흔히 우리는 식물이 ‘수동적’이라는 착각을 하곤 한다. 아마 그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두커니 한 자리에 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곳에 뿌리박혀 살아야 하는 운명을 지닌 식물은 위험에 처했을 때 동물처럼 도망칠 수가 없다. 따라서 감지해낸 정보를 내부로 전달하는 신호체계를 발달시켜 왔다. 그들의 ‘능동적’ 신호시스템을 연구하는 우리 학교 생명과학과 유상동 교수를 만나봤다.

차윤선 기자 yoonsun@skkuw.com

유 교수는 젊은 시절, 인류가 살아가는데 식량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인류의 주식량이 되는 식물을 연구함으로써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당장 몇십 년 뒤 통일이 됐을 때 북한 주민들의 식량 문제도 있고 시야를 키워 전 인류적인 문제를 생각해도 식량은 심각한 문제이다. 물론 과학적 식물 연구와 계량만이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아니지만 유 교수가 과학도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인류애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유상동 교수의 연구는 올 1월 프룩토오스(fructose)의 역할에 대한 논문 「Sig naling Role of Fructose Mediated by FINS1/FBP in Arabidopsis thaliana」이 국가 지정 생물학 연구 정보 센터(BRIC)에 실리는 결실을 맺었다.
식물에서 광합성은 생명 유지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받아들인 태양 에너지를 광합성을 통해 당으로 바꾸고 이는 식물의 직접적인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 수치가 얼마나 높아지고 떨어지는가는 식물의 생활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동물이 시상하부에서 혈액 속 포도당의 수치를 인지하듯 식물도 스스로 식물 내의 당 수치를 알아야 한다. 달라지는 당 수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그대로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프룩토오스가 동물 체내에서 당 수치 조절 시스템에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이에 착안한 유 교수는 식물에서도 영향을 끼친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통해 실제로 신호전달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유 교수는 프룩토오스의 식물체 생장조절 기능에 관련된 유전자도 찾아냈다.
앞으로 그는 이 유전자를 기점으로 상호 연관된 유전자를 찾으려고 한다. 모든 유전자가 그러하듯 각각의 유전자가 독자적으로 기능하지 않고 상호작용을 통해 유전자발현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연구의 목적에 대해 묻자 유 교수는 “사실, 과학도에게 특정 연구의 목표는 있지만 모든 연구의 특정한 목적은 없어요”라며 “그저 사실을 알아내어 즐기고 기쁨을 느끼는 거죠. 과학이라는 대서사시에 한 부분을 완성하는 기쁨이랄까요?”라고 대답했다. 유상동 교수의 식물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담긴 연구를 살펴보며, 우리가 지금껏 식물을 그저 배경에 불과한 병풍쯤으로 생각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