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인 기자 (youngin@skkuw.com)

사거리에서 398걸음, 드디어 도착. “자나깨나 머리 조심” 팻말에 피식, 그러다 쿵. 허리를 굽히고 들어간 반지하. 주인의 마음을 담은 글자들이 “전구들이 인정사정없이 머리에 닿습니다. 환절기 머리 조심하세요”라며 손길 내밀기도 “파손 시 구입”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어느 카페 주인은 생각했다. 자신이 반한 홍대에서 많은 사람과 즐길 방법을. 그리고 떠올렸다. 꿈으로 가득 차있는 공간을. 결국 자신의 집을 반 토막 내 ‘반지하드림’을 나머지 집을 다시 반 토막 내 ‘반지하더드림’을 만들었다. 누구든 참여할 수 있고 무엇이든 사고팔 수 있는, 한마디로 위탁판매의 잡화 집.
수많은 물건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은 복작복작거리는 판매자 대신 그들이 남겨 놓은 이야기가 넘친다. 간절한 마음으로 “올해는 솔로 탈출”을 외치고 있는 팔찌부터 “제 명함도 가져가 주세요!”라고 외치는 엽서들까지. 고개를 돌려보자. 눈에 익은 물건들이 보인다. 내가 쓰던 물건이 아닌지 놀라다가도 나와 같은 기억을 공유했을 누군가를 상상하며 슬며시 미소 짓게 된다.
이곳을 즐길 방법은 많다. 구매자가 되거나 판매자가 되는 것. 둘 다 욕심낼 수도 있다. 우선 당신이 구매자라면 벽면을 가득히 메우고 있는 수십 개의 선반을 하나하나씩 바라본다. 이유 없는 교감이 느껴진다면? 바로 그것, 구매한다. 물건값은 깎지 말자. “판매자가 가격을 정해놓고 갔기에 관리자는 아무런 힘도 없어요. 제가 깨뜨리면 제가 물어내야 하는 걸요”라는 구진영 매니저의 아기자기한 설명 때문만은 아니다. 가격이 이미 저렴하게 책정됐을 뿐 아니라 그곳에 발 딛는 순간, 당신도 흔쾌히 제값을 지불하고 싶어질 것이다.
판매라고 해서 겁먹지 말길. 선반 대여 또는 위탁 판매를 통해 당신은 훌륭한 판매자가 될 수 있으니. 선반 하나를 빌려 물건을 팔아보자. 무엇을 팔아도 상관없고 빌린 선반을 꾸미는 것도 당연히 자유다. 자리에 따라 가격도 월 2천 원에서 4만 원까지 다양하다. 선반 하나를 채운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당신을 위한 위탁 판매도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팔고자 하는 물건을 맡기면 된다. 하나라도 괜찮다. 이 모든 과정에 귀찮은 절차나 특별한 무엇인가는 필요 없다. 물건을 통해 소통할 마음만 있다면 준비 끝이다. 만들고 구매하는 모든 이가 평범한 너와 나 같은, 우리기 때문이다.
위탁판매점은 많다. 중고물품 거래는 더 흔한 느낌이다. 반지하드림 역시 수없이 많은 곳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는 꿈이 있다. 미래의 예술가를 향한 꿈,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꿈, 나를 알리고 싶은 꿈. 이곳에서 오늘부터 물건 판매를 시작한다는 ‘브리사’ 김지은 씨는 “만드는 것 자체가 좋아서 시작했다”며 “물건을 통해 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수많은 꿈이 더 많은 사람의 ‘꼼질꼼질’을 타고 반지하드림을 채운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물건이 만들어지고 버려진다. 필요에 의해 구매하고, 욕구를 채우고 나서는 미련 없이 버린다. 그런 물건에 이야기를 담는, 나를 담고 너를 담는 행위는 얼마나 설레는가. 그리고 그것을 잘한다며 칭찬해주는 곳이 바로 이곳, 반지하드림이다. 사람들이 이리저리 당기는 대로 이쪽저쪽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가게. 많은 사람의 손 때로 반질반질, 그러나 닳지 않는 꿈을 꾸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