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요(유동)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이에 대한 해답은 남에게 떳떳한 사람답게, 남을 품어 안아서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 나 자신과 타인이 함께 살아 있다는 생명의 기쁨을 느끼며, 너와 내가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제 혼자만 잘 살면 뭐하나. 남도 잘 살아야지. 그래야 중용을 지키며 제대로 사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교교육은 입시를 위한 교육이요, 입사를 잘하기 위한 교육으로서 나 하나만을 위해 사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 가치가 인문학적 가치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먹고 살기 위한 교육에 머무르고 마는 것이다. 인생에 관하여 조급하고 근시안적인 가치만을 따지게 된 것이다.
매화는 어떻게 피어나기에, 시인, 묵객들이 즐겨 노래하고 그려내고 있는가? 매화의 덕성이 어떠하기에 그런가? 이른 봄 잔설이 채 녹기도 전에 꽃부터 피어내어 암향(暗香)을 풍기는 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매화에게서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일까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자는 ‘덕성을 베푸는 자는 외롭지 않으니, 필시 이웃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한다. 사람의 성정(性情)에는 덕성과 정감이 아울러 있다. 덕성이란 타고난 본래의 정직한 마음으로 남을 생각하는 사회성이다. 정감이란 이웃들과 어울리며 서로가 인정을 나누는 마음이다.
오늘날에 와서는 입사 면접을 시험할 때 그 사람의 지능지수(IQ)가 아니라 사회성지수(SQ)를 따져 본다. 그것은 그 사람이 회사에 얼마나 공헌할 수 있는가, 또한 다른 조직과 사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공동체에서는 서로 교제하는 인간관계를 중시하므로, 개인의 능력은 지식만이 능사가 아니라 지식을 실행하여 이루어진 상식으로 가늠을 한다.
우리 학교의 교훈은 인, 의, 예, 지이다. 이는 케케묵은 유교의 덕목이 아니다. 내가 남에게 차마하지 못하는 마음씨를 입체적으로 해석한다는 덕성이요, 덕행을 말한다. 맹자는 사단(四端)을 말한다. 말하자면, 남을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덕성에 인간다움이 있다는 단서이다. 남에게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덕성에 사람노릇하려는 바탕이 있다는 단서이다. 나만을 챙기지 않고 남에게 사양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덕성에 사람대접을 하려는 본심이 있다는 단서이다. 남과 나 사이에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사람을 살려주는 단서이다.   
위인전(偉人傳)을 읽으면서도 우리가 가장 감동을 받는 대목은 그가 남을 위해서 얼만큼, 어떻게 행동하며 살았는가 하는 내용이다. 제도권 속에서의 학교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도 그 목표가 남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사회성 배양에 있기 때문이다.
유가(儒家)의 경전은 가장 인간다운 성현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그 말씀은 다름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제대로 살리는 교제(交際)와 일상생활을 제대로 누리는 인륜(人倫), 일용(日用)에 관한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자신의 분수를 제대로 알아보는 일이다. 왜냐하면 나라는 존재는 남을 알아주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을 혈구(矩)하는 방법이라 한다. 혈()은 공간의 대소를 재는 줄자로써 생활공간을 가늠하는 것이요, 구(矩)는 정방(正方)을 재는 직각자로서 바로 생명의 덕성인 타고난 분수를 재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상하, 전후와 좌우 등의 입체적 공간 속의 사교 관계로 맺어진다.
따라서 나의 덕성을 미루어서 남의 마음 쓰임새를 알게 되는 것이 포용하는 마음인 서(恕)로 헤아린다는 것이다. 유학은 개인의 덕성 함양을 통하여 사회공동체에서 어떠한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해 주는 인생체험학이다. 우리는 지적 능력만 있는 사람을 사람다운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개인은 공동체의 구성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그 분수(分數)를 알아보게 하고 남을 알아보아 어울리며 협력하여 살아가고, 그 결과 천하공동체의 발전에 보탬이 되는 ‘된 사람’ 혹은 ‘위인(爲人)’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개인의 생명력이 집단 속에서 타인과 어울리는 능력을 살피는 그 사회성 지수의 높낮이는 결국 한 개인이 얼마나 사람다운 사람이며, 조직사회 속에서 자신의 잠재 능력으로서 남들과 협력하고 합심하여 나갈 수 있는가의 자발성(自發性)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