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정미 기자 (sky79091@skkuw.com)

1857년, 3월 8일 뉴욕시. 섬유공장 여공들의 시위가 일었다. 이유는 작업조건 개선과 임금인상. 그리고 1908년 다시 미국, 그리고 3월 8일. 당시 수천 명의 미국 봉제 산업 여종업원들은 미성년자 노동 금지와 함께 여성참정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결국 1910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됐다. 세계 여성의 날 1백주년이었던 지난해에는 이를 기념해 전세계적으로 각종 문화행사가 열렸다.

ⓒ글로컬 페미니즘 학교

올해로 1백1주년을 맞는 오는 3월 8일에는 이 날을 맞이해 ‘글로컬 페미니즘(Glocal Feminism) 학교(이하:학교)’가 두 번째 문을 연다. 학교는 지난 2009년 창립한 ‘지구지역행동 네트워크(NGA, Network for Glocal Activism)’ 산하로 설립됐고, 1기는 지난달 26일에 수료식을 마쳤다.
세계적으로 NGO 활동가를 위한 대안학교가 점점 생겨나고 있지만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학교는 이곳이 처음이다. 글로벌(Global, 세계화)과 로컬(Local, 현지화) 운동을 더한 ‘글로컬’ 개념을 지향하는 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현재 각 대학 여성학계 인사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개강 후에도 문을 두드릴 수 있다.
학교의 1기 수강생이면서 현재 학교의 상임활동가로 활동하는 소목 씨는 “전문과정이 끝나갈 때 쯤 남아공에서 열리는 ‘2010 글로벌라이제이션 스쿨(Globalisation School)’에 참석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는데 그 곳에서 열정적인 여성 활동가들을 만나 신선한 충격과 학습의 기회를 얻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학교에서 실천영어반을 수료한 말리카 씨는 수강 후기에서 “수업이 길을 잃고 헤매던 사유에 지표들을 던져줬고 대안적 세상을 향한 상상에 생기를 불어넣어줬다”며 “누군가 공감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든든한 위안을 받는다”고 밝혔다.
영문학을 연구하다 페미니즘에 눈을 돌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고정갑희(한신대 교수) 대표는 “현재 가부장제가 자본주의, 제국주의, 군사주의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페미니즘을 생각하게 됐다”고 설립 계기를 설명했다. △계급 △국가 △노동 △인종 △자본 △환경문제와 같은 복잡한 문제들을 한 지역에서 해결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 이유로 학교에서는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제3세계의 여성문제를 아우르는 지구지역적 연대를 위해 ‘적(노동)-녹(생태)-보라(여성)색’을 덧입힌 액티비즘(Activism)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현재 △남아공 △멕시코 △중국 등의 여성 활동가들과 인턴십(Internship), 특강 등을 통해 교류를 진행하고 있으며 각 지역에 학교를 세울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스페인어, 영어 등 외국어 강좌도 운영하고 있다. 활동가들이 자신들의 운동 영역과 관련 있는 의제를 이야기하고 현장을 찾아가 활동할 수 있는 실천적 언어 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또한 전 세계적 문제들과 △감정 △경제 △섹슈얼리티 등과의 연관관계를 분석하려는 시도도 계속된다.
이에 대해 고정 대표는 “물론 우리가 아이디어를 내기는 했지만, 서울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 각 지역에서 함께 공동주체가 되는 것을 추구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환경, 노동운동을 성의 문제로 확산하고 성문제를 노동, 환경문제로 확산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각각의 운동들이 연계될 수 있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운동이 학교를 통해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발판이 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