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영진(유동) 교수 (choijin777@skku.edu)

도원(道原) 류승국(柳承國) 선생님은 해방 이후 한국 철학계를 이끌어 오신 태두이시다. 선생님은 1923년 2월 17일 충북 청원군 북일면 은곡리의 전통적인 유학자 가문에서 태어나 2011년 2월 27일 89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1948년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에 입학하신 이후, 본교 대학원 동양철학과·서울대 대학원 철학과·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유학사상과 노장철학·불교학 등 동양철학 전반과 서양철학에 대하여 연구하시고, 1975년 본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셨다.
1958년 충남대학교 전임강사에 취임하여 봉직하시다가 1960년 모교 동양철학과 조교수로 돌아오신 이후, 유학대학장과 도서관장 겸 박물관장을 역임하시고 1972년 한국철학회 회장으로 선출되셨으며 1983년부터 1986년까지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셨다. 특히 1979년 50대 중반에 학술원 회원으로 선임되신 것은 선생님의 학문적 역량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1988년 2월, 본교를 정년퇴직하신 이후에도 변함없이 학문연구와 교육에 몰두하셨다.
선생님은 유불도와 기독교를 회통하는 궁극적 진리를 탐구하는 데에 일생을 바치셨다. 2009년 발간한 저서의 서문에서 ‘60여 년 동안 학문 활동을 하면서 유학사상과 동방사상을 학문적 반려로 삼았다. 중년에는 동서철학을 아우르고자 불교철학과 서양철학까지 공부한 바 있다. 내 평생 화두는 화해와 상생, 인도주의와 세계평화에 있고, 궁극적으로는 대동세계를 구현하는 데에 있다. 전 인류의 숙원이자 과제인 종교 간의 갈등, 이데올로기로 말미암는 대립을 해소시켜 인류의 행복을 추구하고 평화를 정착하는 데에 학문의 목표를 두었다’ 라고 술회하셨다. 이와 같이 거시적인 목표를 추구하시면서도 논문을 작성하실 때에는 매우 엄격한 고증학적 방법을 사용하셨다. 그리고 학문연구에 있어서 무엇보다 문헌비판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선생님의 학문정신이 가장 잘 발휘된 논문이 「유학사상 형성의 연원적 탐구 : 인방(人方)문화와 관련하여, 갑골학을 중심으로」(박사학위 논문)이다. 이 논문은 당시 한국학계에서 거의 관심을 갖지 않고 있던 갑골학(甲骨學)을 치밀하게 연구하여, 유학사상이 중국 은나라 시대 동부의 인방족(人方族)과 빈번한 교섭 관계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고증하여 한국과 중국 고대사상 연구에 중요한 논점을 제시한 것이다. 이어서 단군조선의 실재를 고증하고 광개토대왕비문을 판독하여 한국사상의 원형을 밝혀내셨다.
선생님은 늘 종교와 물질문명에 의하여 인간이 소외되는 현상에 대하여 우려하시고, 초월적 신 중심의 사고로부터  인간에 내재한 신성성으로 돌아가야 하며,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경제적 주체로부터 인간 주체로 승화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리가 한국사상에 들어 있다고 확신하셨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교에 한국철학과를 창설하시고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프랑스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유학 온 학생들을 지도하여 한국철학 전공자로 양성하셨다.
선생님은 학문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제자 교육에도 성의를 다하셨다. 제자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혹독한 훈련을 시키셨다. 논문지도를 받으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제자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의 마음속에는 제자들에 대한 사랑이 마른 적이 없다. 젊은 제자를 먼저 보내고 유고집의 서문을 쓰시면서 참으로 비통해하시고 돌아가시기 며칠 전까지도  몇몇 제자들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현실을 안타까워 하셨다.  
 선생님의 학문적 성과는 2009년 당시 유교문화연구소 소장이었던 최일범 교수가 주도하여  『한국유학사』 , 『한국사상의 연원과 역사적 전망』 , 『도원철학산고』, 『유가철학과 동방정신』 등 4권의 저서로 출판되었다. 생전에 출판기념회를 해 드린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들은 선생님의 학설을 보완하고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선생님의 학설은 제자들이 계승하고, 또 그 제자의 제자들이 계승하여 성균관대학교의 학맥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해방 후 한국 1세대 동양철학 연구자였던 류승국 우리 학교 명예 교수가 지난 달 21일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이에 성대신문 학술면에서는 그와 그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우리 학교 유학동양학부 최영진 교수의 기고문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