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투명도 점점 낮아져… 적절한 해결방안 모색할 때

기자명 유정미 기자 (sky79091@skkuw.com)

 

집에 가는 길, 문득 요즘 커피브랜드 전문점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사는 도시에 커피브랜드 전문점은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보고 싶어졌다. 그러기를 잠시, 지나가다보니 불빛이 환히 켜져 있는 관공서가 보인다. 전기요금이 엄청 나올 것 같다. 오지랖 넓게 궁금한 것도 참 많다. 정보, 정보, 정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 정보들은 도대체 어디서 알 수 있는 것일까. 한동안 생각하기를 멈칫, 정보공개청구(이하:청구)가 있었지! 그런데 이제부터 문제다. 어디서 어떻게 신청을 해야 할지, 궁금한 것을 해결할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선다.


유정미 기자 sky79091@skkuw.com
1996년, 법률 제5천2백42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올해로 14년째.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청구제도가 마련됐다.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대통령령이 정하는 공공기관에 대해 청구를 신청할 수 있으며,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 또는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는 △문서(전자문서 포함) △도면 △사진 △필름 △테이프 △슬라이드 △기타 이에 준하는 매체 등에 기록된 사항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 받을 수 있다. 물론 공개를 원칙으로 하지만 국가안보나 외교관계와 같은 국익에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정보들은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된다.
이러한 정보들은 국가의 업무결과로 생산된 것이기 때문에 내용의 사실여부 검증에 대한 문제나 저작권 문제에 있어서 자유롭다. 실제로 언론사의 취재나 시민단체의 정부 감찰 목적 등 여러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형태로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청구에 대한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고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향후 건전하고 투명한 시민사회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정보공개율 점점 하락세, 청구결과 비공개에 어려움 겪어
행정안전부의 통계에 따르면 1998년 2만 6천3백여 건이었던 청구 건수가 2008년에는 29만 1천3백여 건으로 기록돼 약 15배의 증가치를 보였다. 현재 그 수가 더욱 늘었다.
하지만 정보공개율이나 정보공개심의회 개최 건수는 최근 들어 줄어들었다. 작년 11월 3일 열린 토론회 ‘국민의 알권리 이대로 좋은가’에서 서울시립대 경건(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한 발제문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정보공개율은 지난 참여정부시절 최대 80% 수준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2008년 68%, 2009년 67%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더불어 2009년에는 중앙행정기관 중 대검찰청과 같은 공권력집행기관에 공개 청구된 3천8백72건 가운데 44.5%에 해당하는 1천7백29건이 취하돼 높은 취하율을 보였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장정욱 간사는 “인터넷을 통한 청구가 가능해지면서 청구 비율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이전과 비교했을 때 극히 소수의 정보만 공개하거나 혹은 비공개로 처리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반인이 청구에서 질 좋은 정보를 얻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각 시청이나 국립대학 등 공공기관의 홈페이지에 청구의 범위를 명시해 놓지만, 공개를 하기로 한 내용이 자료부존재 등의 이유로 비공개 처리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인이 이의신청과 행정심판에 대한 법적 성격을 잘 몰라 중도에 개인이 취하하는 비중도 상당수다.
청구를 자주 활용하는 언론인도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전라북도 14개 지자체 중 7곳이 청구 관련 취재와 관련 <전북중앙신문> 이승석 사회부 기자에게 수수료를 부과 처리했다. 그는 “정보공개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공복리의 유지와 증진을 위해 언론인의 경우에는 수수료는 감면이 가능하다”며 “각 시, 군별로 청구 담당 매뉴얼이 있음에도 관행이라며 수수료를 청구하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 정보들을 고의적으로 누락시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문제점 개선 위해 개정안 처리 시급
이러한 현상이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개정안 처리가 현 정부로 넘어왔지만, 2008월 4일 이후 사실상 개정안을 폐기한 상태다. 작년 4월 30일 국회에 정보공개법개정안의 법령용어를 순화하고, 한글맞춤법 등 어문규범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정보공개법의 조문을 다듬는 내용으로 국회에 제출된 것 이외에는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 직속이던 정보공개위원회(각종 정보공개제도와 관련한 심의 및 논의 기구)가 현 정부에서는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지위가 격하된 점도 문제시 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시민 참여 가능한 타국 제도
정보공개가 활발한 선진국에서는 이 제도가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해있다. 핀란드나 독일은 예전부터 시민들이 주도하는 청구가 활발했고, 공공기관에서도 투명성을 강조해 필요할 때 최대한 청구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구조다.
일본의 시민단체 ‘정보공개 클리어링 하우스’는 △교육 △마을만들기 △복지△의료 △환경보호 등의 분야에서 지자체의 정보공개조례를 이용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청구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2007년 미국에서는 정보공개법 개정과 함께 ‘OGIS(Office of Governement Information Services)’라는 기구를 설립했다. 청구인과 정부기관들 사이에 생기는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다. 이 개정에서는 프리랜서 언론인도 청구수수료를 감면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영국은 공공기관에 ‘정보공개 커미셔너’란 독립된 지위의 관리자를 뒀다. 이들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실태를 감시하고, 주민들의 이의신청을 직접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 홈페이지가 청구의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2007년부터 운영 중인 ‘에브리블록(everyblock.com)’, 영국의 사이트 ‘픽스마이스트리트(fixmystreet.com)’에서는 공공기관에서 제공받은 정보를 통해 집 주면의 △도로 정보 △부동산 매매가 △지역 범죄 현황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불편사항이 해당 기관과 바로 연계돼 전달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3월 이와 비슷한 ‘이 거리를 바꾸자’라는 홈페이지를 열어 시민들의 주도로 고칠 점을 찾고 해당 기관에 제보하는 형태를 구축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본 따 문제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학생 양미도(연세대 경제07) 씨는 2008년 연세대의 ‘YES펀드’ 수익률 공개문제 및 등록금 책정과 관련한 청구소송을 냈던 단체인 ‘부자학교펀드감시단’에서 활동했고, 지난 1월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는 “청구제도와 소송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당연한 알권리이기에 앞으로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