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대학생 연합 학술동아리 ‘자본주의연구회’에 대한 경찰수사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21일 경찰은 위 학술동아리 회원 최모씨 등 3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민주노동당 당직자가 포함된 전·현 회원 등 관련자 10명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또 이들의 체포에 항의하던 대학생 51명도 집시법 위반 혐의로 전원 연행하여 조사했다. 경찰청은 이번 체포·압수수색 영장의 발부 사유를 최씨 등이 2007년 3월 자본주의연구회를 결성한 뒤 대안경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적성이 뚜렷한 행동강령을 채택함으로써 국가보안법 제7조의 찬양고무죄와 이적단체구성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혐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신자유주의와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의 문제점과 대안 등을 연구하는 학술활동을 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자본주의연구회는 2007년 대학생 학술동아리 단체로 만들어진 이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와 이해영 한신대 교수 등이 강연하고 1500여명이 수료한 ‘대안경제포럼’을 주최한 바 있다. 이들이 개설한 ‘대안경제포럼’의 자료에 의하더라도 세계화, 2차 대전 이후 자본주의 특징, 신자유주의 등 학술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공개리에 활동한 단체를 대상으로 결성된 지 4년여가 흐른 시점에서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에 대해 야당은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공안몰이를 하고 있다고 정치공세를 하고 있고, 일부 언론은 경찰이 순수 연구 활동에 사실상 사문화된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죄를 무리하게 적용하려고 하는 것은 시대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국가보안법 제7조에 규정돼 있는 찬양고무죄는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선동·동조 할 경우 성립되는 것으로 과거 보안사범을 양산하기도 했다. 이 조항은 1990년 헌법재판소가 한정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제한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처벌조항임에도 너무나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남북이 긴장상태인 점을 고려해 위헌으로 폐기하는 대신,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을 알면서’라는 전제가 있을 때만 처벌하라고 했다. 이듬해 국회는 헌재의 이 같은 결정 취지에 맞춰 보안법 7조를 개정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론자들은 이 조항이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19조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같은 논리로 유엔 인권이사회도 보안법 7조의 개정과 보안법의 점진적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에는 열린우리당이 이 조항 등을 포함한 보안법의 전반적 개정과 폐지 등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책을 읽고 강연을 듣는 학습동아리일 뿐이라면 이번 사건에서 경찰의 태도는 공안탄압이 될 수도 있다. 요즘 대학가의 대세인 소위 스펙쌓기에만 몰두하는 대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 대해 구시대의 녹슨 칼인 국가보안법을 들이 대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학문의 자유에 대한 위협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연구회는 정관에서 단체의 목적을 ‘자본주의 사회와 자본주의 이후의 대안적 사회모델을 학습·연구하는 대중 학술 운동단체’로 규정했다. ‘연구를 바탕으로 한 대중적 실천을 통해 진보적인 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것 역시 주요 목적으로 내세웠다. 만약에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한다는 그 자체로 이적단체로 규정하여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죄나 이적단체구성죄를 적용할 수 없다. 이 법의 적용은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에 국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